지식재산권 모방 피해 여전…대책 마련 시급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력한 기술적 보안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 시대에 접어들며 ‘기술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글로벌 분쟁 역시 심화되는 모양새다.
한국 역시 주력 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3일 한국, G5, 중국의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과 산업별 경합 수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 산업군별 비중은 기술 하드웨어 및 장비가 23.7%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시가총액 데이터로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중국·미국·일본과 4개 산업군에서 비교 우위가 겹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과는 하드웨어와 반도체, 중국·일본과는 소재와 자본재 등에서 비교 우위가 겹쳐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와중 중국의 지식재산권(IP) 모방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한국 기업 모방은 이미 예전부터 문제시돼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확보한 ‘국가별, 연도별 상표도용 의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국내 기업 상표를 도용한 사례는 2017년 977건에서 2020년 3457건으로 3.5배 급증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997건에서 △2018년 1666건 △2019년 1486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에는 3457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 브로커의 상표 무단 도용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액은 333억원에 달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피해액은 △2017년 59억원에서 △2018년 11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9년 75억원 △2020년 49억원 △2021년 8월말까지 32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안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특허출원 활동 상위권 국가로 꼽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특허출원 건수 2위 국가다. 특허출원 건수와 특허등록 건수 역시 각각 4위다. 반면 지식재산 보호 순위는 64개국 중 28위로 특허출원이 많은 것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대응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분쟁이 발생할 시 전담 인력 및 대응 방법·절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지식재산권보호원이 발표한 ‘2022년 국내·외 산업재산권 분쟁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규모별로 산업재산권 전담부서 보유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의 88.9%, 중견기업의 63.6%는 전담부서를 보유했지만 중소기업의 보유율은 18.5%에 그쳤다. 전담부서 및 담당 인력이 모두 없는 중소기업도 27.2%나 됐다.
중국 기업과 IP관련 분쟁을 겪은 한 생활용품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IP관련 분쟁이 벌어지면 국내 기업 간 분쟁에 비해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데 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현지에서의 대처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전담 인력이 필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여의치 않은 경우도 존재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