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역대급 장마가 지난 7월 26일 끝나자마자 갑자기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暴炎)으로 온열질환(溫熱疾患 │ Heat illness) 발생이 급증하면서 온 국민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30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부터 7월 29일까지 나흘간 온열질환자가 255명으로 집계됐다. 24일과 25일 온열질환자는 각각 7명, 14명이었다가 장마 종료가 선언된 26일 46명으로 급증했고, 27일 65명, 28일에는 71명, 29일 73명으로 계속 늘었다.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9일까지는 총 1,01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10명이었다. 사망자 중 70%인 7명이 지난 7월 29일 하루 동안 나온 것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1,564명으로 전년(2021년) 발생한 1,376명 대비 13.7% 증가했으며, 신고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9명으로 남자 5명, 여자 4명이다. 이들 중 77.7%인 7명이 60세 이상 연령층이다. 이들 중 77.7%인 7명이 실외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자의 추정 사인은 모두 열사병으로 조사됐다. 이번 주도 내내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5℃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예고됐다. 가끔 소나기가 내리지만 열기를 식혀주기보다 오히려 습도를 더해 ‘한증막’ 더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일 발표한 기상청 예보는 “당분간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여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되겠다.”라며 “35℃ 내외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주중 이어지겠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 내내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예상된다. 도심지역은 도시 열섬 효과로, 해안지역은 내륙에 비해 높은 습도 등으로 열대야가 심화될 수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은 물론이고 다음 주까지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극한 폭염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선 많은 도시가 40℃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50℃를 훌쩍 넘기며 110년 만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 7,000만 명이 폭염 주의보·경보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올해 7월 1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전 세계 평균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16.95℃에 달해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2019년 7월 16.63℃를 0.32℃ 뛰어넘었다. WMO는 올해 7월보다 더 뜨거운 날씨가 5년 안에 찾아올 확률이 98%라고 전망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며 “지구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끓는 시대’ 진단은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이날 “지금 추세라면 올해 7월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란 관측 결과를 내놓은 직후 나왔다. CNN은 “대다수 과학자는 이번 달 기온이 12만 년간 지구에서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한다.”라고 전했다. WMO는 향후 5년 내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시기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관측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국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인 한국도 이 책임에서 결단코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watch)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이라는 평가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향해 “어른이 아이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라는 비판에 귀 기울이고 탄소중립인 넷제로(Net Zero)의 국제적 조류에 맞춰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 앞으로 전 세계가 특단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다면 폭염은 더 심해질 것이며 자연스레 일상화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무엇보다 극한 폭염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선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연일 푹푹 찌는 때 이른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26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장마철이 종료되고,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 오르면서 다음 주 초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 전망에 따라, 흐린 날씨 속 무더위와 온열질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