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분산 요건 탓 대주주 변경 불가피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이 열렸지만 현실성은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게 되면 은행법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저축은행은 지분분산 요건을 적용받아 대주주 변경이 불가피하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7일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인가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인가요건을 갖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에 지방은행 전환 심사를 요청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지방은행 인가요건은 자본금 250억원 이상, 금산분리 원칙에 맞는 지배구조(산업자본 주식 보유 비중 15% 미만) 등이다. 실제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만큼 자본금을 충족한 저축은행은 많지 않다. 각 사 고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자본금 250억원 이상 보유한 저축은행은 32곳이었다. 이는 최소요건이고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자본금 1000억원을 넘는 곳은 △SBI저축은행 1조5615억원 △한화저축은행 3080억원 △다올저축은행 2780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 1240억원 △애큐온저축은행 1173억원 △하나저축은행 1154억9000만원 △IBK저축은행 1066억원 등에 그친다. 산업 자본도 걸림돌이다. 한화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은 산업자본 지분,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 요건이 15%를 넘는다. 모회사가 금융지주인 곳(우리금융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은 요건을 충족하지만 금융지주가 시중은행을 갖고 있어 지방은행 운영 필요성이 낮다.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외에도 개정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밝힌 개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영업구역 4곳까지 확대 합병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업황이 어려워 M&A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규제를 풀어준 비수도권 지역은 저축은행의 영업 중점 지역이 아니다. 저축은행의 수익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전국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567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순익은 90% 비중을 차지한다.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의 건전성도 상대적으로 나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M&A를 통해 지방 저축은행의 부실을 정리하려는 금융당국의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