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최근 ‘기술 초격차’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특허유출 등 기술 안보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 기술에 눈독 들이는 외부 세력이나 이들과 결탁해 ‘한 몫’ 잡으려는 내부자로부터 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특허 출원 측면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배포한 연구자료 ‘2022 글로벌 지식재산경쟁력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지식재산권경쟁력 순위는 6위다. 미국(0.744), 영국(0.695), 독일(0.680), 일본(0.668), 프랑스(0.652) 다음으로 높은 점수(0.625)를 얻었다.
특허권과 상표권을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의 인구당 등록 건수와, 이를 통한 무역 성과 측면에서 3위에 오르는 등 높은 위상을 차지했다. 지식재산경쟁력 지표는 재산권 출원 건수, 연구자·논문 수, 영업비밀 보호 수준 등 항목을 종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등 산업 및 경제활동에 관한 창작물이나 창작 방식에 부여되는 산업재산권 지표에 있어서는 한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허청의 ‘2022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GDP(8259건)·인구(3599건) 대비 내국인 출원 건수 1위(2021년 기준), 표준특허(3431건) 보유 1위(지난해 기준)에 등극했다.
한국의 특허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부정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청이 지난해 6~11월 국내 기업 8269곳을 설문한 결과 최근 5년간 영업비밀 유출 피해를 경험한 기업이 약 83곳(1%)에 달했다. 비밀 유출자의 과반이 ‘퇴직자’(51.2%)고 ‘재직자’(26.4%), ‘외부인’(24%)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가정보원 분석 결과 지난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피해의 규모는 25조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24조9211억원과 같은 수준이다.
기업과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특허의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각각 노력 중이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4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은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을 적극 확보할 뿐 아니라 관련 분쟁을 다루는 조직을 별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활발한 해외 진출에 따른 국내외 특허 출원, 재산권 분쟁 대응을 위해 변리사 등 관련 전문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연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허를 적극 출원하는 가운데 특허권 분쟁에도 수시로 직면하고 하다”며 “경쟁력 있는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 변리사를 꾸준히 영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산업기밀을 지키고 민간 기술 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관 지식재산권 관련 주무부처인 특허청은 핵심기술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분쟁조정제도를 다듬어 민간 기업의 재산권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권리 승계제도, 소송구조 등을 개선해 기업·개인의 혁신 노력이 공정하게 보상받는 문화를 조성하며 기밀 유출의 여지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홍재경 특허청 공업사무관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기술이 안보와 연계되면서 기술 확보의 핵심인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국내 핵심산업의 기술탈취 시도가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유출 방지, 잠재적 통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지식재산 보호제도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