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R&D·법무팀 아래 재산권 전담조직 운영
정부, 기술보호 방안 논의…중소기업 지원 공조도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과 정부가 최근 수년간 수십조원의 손실로 이어진 기술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국내 4대 그룹은 사내 IP 획득, 권리 분쟁 등 기능을 부여한 지식재산권(IP)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서울R&D캠퍼스에 IP센터를 위치시켰다. IP센터는 지난 2010년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특허 관련 조직들이 모여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기기 등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사업 영역에서 특허 출원 뿐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규모를 국내 최대 수준으로 키워왔다.
삼성전자는 이 뿐 아니라 퀄컴, 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모바일, 반도체 등 사업 부문별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해 특허 보호망을 확보하고 있다. 특허 라이선스는 주로 기업 간 특허를 교차 사용(크로스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체결된다.
이에 따라 각 사가 사업에 필요한 상대 회사 특허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확보하고 있다. 분쟁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특허 무단 사용을 막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지닌 전략으로 꼽힌다. 특허 라이선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다수 기업이 특허 보호 전략으로 활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재 보유 중인 IP는 사업 보호 뿐 아니라 유사 기술·특허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사를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또한 미래 신기술 관련 선행 특허 확보를 통해 향후 신규 사업 진출 시 사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특허 보호를 위한 방책을 각각 마련했다. 배터리, 석유화학 등 첨단사업 분야별 자회사를 둔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은 특허 관련 조직 ‘IP전략담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용 부사장이 지휘하는 IP전략담당은 특허 분석·발굴·강화 기능을 수행하는 IP개발 부문과, 특허 분석·매입·분쟁 등을 담당하는 IP기획 부문, 상표·디자인 관련 업무를 맡은 IP 라이선싱 부문으로 구성됐다. SK에너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배터리·석유화학 분야 자회사들과 협력해 연구개발(R&D) 활동을 전개하고 특허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배터리 제조 자회사인 SK온은 SK이노베이션과 별도로 사내 IP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특허도 직접 출원·보유하고 있다. 그룹 주력 사업인 배터리 제조의 선봉장인 SK온에게 R&D, 특허 관리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법무실 내 특허 소송을 담당하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법무법인 화우 출신의 특허분쟁 전문가인 김정규 변호사를 법무3실 실장(상무)에 선임하며 인적 경쟁력을 강화했다. LG전자도 서초구 R&D센터 내 IP센터를 운영하며 특허 관련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특허 관리, 특허소송 등 기능을 맡은 특허센터의 센터장으로 재직했던 조휘재 전무가 지난 3월말 기준 현재 IP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대규모 기술 유출 사건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저해를 막기 위해 범정부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사례로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허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기술보호 관계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보호 방안을 논의·실행하기 위한 산업기술 정책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술유출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술 보호 의지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발명의 날 축사를 통해 “정부는 기술 유출과 같은 침해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으로 창의와 혁신의 성과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유출 차단을 위한 민관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기술유출 피해에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예방책이나 대책을 지원하고, 기존 기술유출 사례를 공유하며 피해 사전차단 방안을 마련하는 등 협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