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주무 부처…여권 내 폐지 목소리 커져
이준석 "일처리 제대로 못 해…폐지하자"
하태경 "여가부 없어졌으면 잘 됐을 것"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맹비난을 받으면서 여당 일각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번 잼버리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먼저 여가부 폐지론을 다시 들고나온 사람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는 규모나 위상으로 해내기 어려운 과제들까지 다 떠맡고 있다"며 "이번 잼버리 사태의 주원인이 여가부만은 아니겠지만 일처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업무영역만 억지로 늘려갈 것 없이 폐지하고 여성을 포함한 보편적 인권에 관한 내용은 노동부와 합쳐서 인권부로 개편하고 나머지 기능은 다른 부처로 넘기자"고 주장했다.
4일에는 여가부 폐지 논란으로 힘이 빠진 여가부가 잼버리 대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야권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 문제는 논란이 돼야 했을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이미 폐지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가부가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드러난 만큼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잼버리 사태를 근거로 '여가부 폐지론'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여가부가 과분한 청소년 업무를 내려놓지 않고 계속 가져가는 것이 문제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하루빨리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것이 맞다"고 직격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무슨 사고만 나면 정부 부처를 폐지하라는 식의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약속한 대선 공약을 완수할 때다.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당장의 폐지가 어렵다면 사실상 폐지에 준하는 실질적 조직개편이라도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아울러 "이념의 놀이터가 된 것도 모자라 압도적 무능을 증명한 국가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자격 없다"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전날(8일) MBC라디오에 "(여가부는)누더기 갈등만 조장하는 조직이었고 그래서 없애기로 한 것"이라며 "여가부가 없어졌고 (기능을) 조금씩 나눠서 다른 부처로 갔으면 (잼버리)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2030 남성층의 표심을 다시 되돌리려는 의도도 이번 '여가부 폐지론' 카드를 다시 꺼낸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2030 남성 표심을 붙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여가부 폐지' 공약이 민주당의 '몽니'로 여가부를 폐지하지 못하는 점을 부각시켜 내년 총선에서 이들 표심을 다시 끌어오겠다는 판단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잼버리 대회 파행을 사과한 것도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폭염 탓이라지만, 현 정부·여당이 이번 잼버리 준비에 조금 더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여가부 책임론'은 인정하면서도 '여가부 폐지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가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시도 역시 시작되고 있다"며 "김 장관의 무능 역시 뼈저리게 평가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더욱 커다란 무능은 애초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부처에 국제 행사의 총괄을 전부 떠넘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