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미국 CCA 등 탄소 관세법 속속 시행…“결국 직면할 숙제”
“지구 온도 2도 상승 시 문명 종식”…‘생존’ 위한 체제 전환 불가피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친환경 전환이 산업계의 ‘필연적 운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종을 막론한 산업계 전반이 ‘친환경’으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일부 분야에서만 취급되던 친환경 제품·유통망 구축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로 부여됐기 때문이다.
친환경이 강제된 가장 주된 요인 중 하나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꼽힌다. CBAM은 특정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 배출을 발생시킬 경우 그 양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의 분야에서 CBAM을 시범 적용하고 오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CBAM은 유럽내에서 무역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내 협력기업의 탄소 배출량 역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등 협력업체 역시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EU 집행위원회의 CBAM 이행법 초안에는 한국 기업에 대한 ‘배출량 보고 의무 완화 규정’이 포함돼 당장의 시간은 벌게 됐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EU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앞다퉈 유사한 법안을 내놓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 역시 언젠가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CBAM과 유사한 도입 취지를 가지고 있는 ‘청정경쟁법안(CCA)’을 2024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CCA는 석유화학 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1톤(t)당 55달러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등 각종 친환경 정책이 속속 도입되자 산업계에서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를 분석한 과학적 근거를 고려했을 때 이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돼 대다수의 시나리오에서 근미래(2021~2040년)에는 섭씨 1.5도(℃) 상승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으며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라며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를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CO2)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이 넷제로가 돼야한다”라며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CO2 잠재배출량은 섭씨 1.5도 목표달성을 위한 잔여 탄소 배출 허용량을 초과한다”라고 예측했다.
즉, 산업계와 소비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 경제 체제 존속과 지속적 이윤 창출, 더 나아가 현상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으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셈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 산업 및 경제 체제 내에서 섭씨 1.5도 이하로 지구 표면온도 상승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라며 “전세계 유수의 학자들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지구 표면온도가 섭씨 1.5도 더 상승할 경우 지구 생태계는 물론 인간 문명 전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역적’이라는 보고서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는 예측된 임계점을 넘게 될 경우에는 인간이 어떤 노력과 역량을 동원해도 이상기온을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산업계도 친환경을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 경영을 위해 늦었지만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면서 “정부 역시 국가 인프라 전반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