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로 급부상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횡령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으며 PF 부실화 우려 속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 커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앞다퉈 부동산 금융에 뛰어들었던 증권사의 신용보강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유동화증권(PF ABS·ABCP·ABSTB) 발행금액은 11조8988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총 336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PF 유동화증권의 발행금액과 건수는 각각 24조2005억원, 832건이었다. 이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는 발행금액(-50.8%)과 건수(-59.6%) 모두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신용보강 형태상으로도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전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가운데 증권사 신용보강 비중은 46.8%로 집계돼 50% 밑으로 떨어졌다.
앞서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증권사들이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브릿지론을 포함, 부동산금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난 2019∼2022년까지는 증권사의 신용보강 비중이 50%를 줄곧 웃돌았었다. 특히 2021년에는 그 비중이 55.8%까지 커지기도 했다.
이인영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최근 신규 사업이 줄어들고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지연, 부동산 금융 리스크 부각 등으로 증권사들의 영업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증권사 신용보강 형태의 유동화 증권 발행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은행의 신용보강 비중 역시 지난 2019∼2022년까지는 연평균 4.3%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1.4%로 감소했다.
대신 건설사 및 시공사 등의 신용보강 비중이 지난 4년간 평균 35% 수준에서 올해 45%로 늘어났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당국의 연이은 대책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등 건설업계 악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전히 활기를 띠지는 못하고 있다.
금리(A1등급 PF ABSTB 유통물 매입금리 월평균 기준) 상으로는 지난해 9월 3.7%였다가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10월에는 6.1%, 12월에는 7.4%까지 치솟았다.
이후 정부와 업계가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과 PF 유동화증권 매입 프로그램 등을 쏟아내며 지난달 기준 4.5%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높은 상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며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원자재·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해 부동산 PF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여기에 최근 건설사의 철근 누락 사태로 전수 점검에 들어가 평판 리스크와 대규모 손실 우려까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증권가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저하와 높은 조달금리로 부동산 PF 사업성이 크게 저하돼 일부 금융기관의 관련 자산 건전성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일부 금융기관은 수익성·자본 적정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2금융기관 위주로 인수합병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등 건설업계 악재와 부동산 PF 관련 사고로 앞으로 절차가 더 까다로워져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결국 사업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인데 투자를 꺼리게 되면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