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살인예고행위, 법 개정으로 처벌수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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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살인예고행위, 법 개정으로 처벌수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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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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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호 변호사(법무법인 AK)
이돈호 변호사(법무법인 AK)

매일일보 = 기고  |  최근 신림동에서 흉기난동 사고가 일어난 이후 분당 서현역, 대림역, 대구 등 전국적으로 유사 사건이 나타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불어 흉기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중 밀집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해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나타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단순 협박성 글을 올린 자들에게도 구속영장을 신청해 15명이 이와 유사한 범죄행위로 구속됐다. 흉기난동 이전에는 수사조차 되지 않았을 사건들이 구속수사까지 받게 돼 수사기관의 법 집행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일부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법이 사회의 가치변화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긍정 평가도 잇따랐다.
현재 인터넷상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들 대부분이 협박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 협박죄의 경우 형법 제283조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 기준안에 따르면 일반적인 협박의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나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중 양형인자를 고려하더라도 최대 1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다중에 대한 테러 예고 행위의 위험성에 비해 실제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또 일부 강력범죄의 경우 흉기를 구입하거나 범행계획을 세우는 등 구체적인 예비행위로 나아가는 경우 예비죄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러한 예비행위가 없었던 경우에 살인예비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국회는 지난 2021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약칭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에서는 테러단체 구성죄만을 처벌하고 있으므로 살인예고행위와 같은 ‘공중에 대한 위협행위’ 자체를 테러방지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영국이나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공중 위협행위를 테러로 규정해 대테러법 등을 입법해 처벌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형법에서 일반 협박죄와 다르게 가중 처벌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교류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인터넷 게시글의 파급력이나 공중 장소에서 범죄행위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기회에 ‘공중 위협행위’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형사특별법을 개정하거나 테러방지법을 개정해 사법이 조금 더 대중들의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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