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 "즉각적 시스템 및 조직개편 필요"
일부에서는 "당장 공급 부족, 개혁 속도조절"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고금리로 민간 주택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공공분양마저 적신호가 켜지면서 공급난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주택 공급에 위협이 돼온 건설 이권 카르텔을 끊는다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당장 공급이 문제인 만큼 시기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차가 나오는 형국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 이권 카르텔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즉각적인 LH의 시스템 및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LH 출신들이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또 건설관련 업체에 가는 것에는 분명히 순기능도 있지만 입찰비리에 참여하고 부실공사를 방조하는 등 역기능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근절돼야만 한다”면서 “건설업계 전체에 건설 카르텔이란 비난이 근본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LH, 국토부가 앞장서서 건설 발전과 안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인력이 매우 많고 다양한 권한을 가졌지만 마땅히 이를 감시할 기관이 없는 것이 문제로 제기됐었다”며 “LH는 신도시 택지 개발부터 아파트 공급까지 전 과정에 대한 주체인데 여기에 토지 수용, 시행 및 개발 그리고 분양까지 전 사업 발주자 위치에 놓이면서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저녁 늦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에게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늦은 밤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후 이한준 LH 사장은 기강이 무너진 LH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경우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도 LH의 막강한 카르텔에 대한 개혁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이미 LH 카르텔이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어서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단시간에 변화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해야 한다”며 “법조계처럼 퇴직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부분 등 악습을 고쳐서 건설업게가 투병해져 사고도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2~3년 이후 주택 공급부족 전망이 예상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진형 공정주택포험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무량판 구조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이한준 사장 전에 발생한 문제들이고, 최근 건설업계 문제로 지적되는 부실시공은 LH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고질적인 업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LH에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업무 공백 등 부작용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전관예우 등이 발생했다면 설계사는 전관예우에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아웃소싱하는 등의 건축 문화에 존재하는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는 방향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책임자를 문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 배경을 부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만 강조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우려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부실 공사 논란이 제도가 없어서 터진 것이 아닌 만큼 제도적 개선보다 실행 역량에 중점을 둬야 하는 시기”라며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고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패널티를 고민하는 것이 원활한 주택공급 등을 고려했을 때 최선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