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중이 10년 전보다 20%포인트 이상 감소한 36.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과 ‘고용 상태 불안정’ 등 경제적 이유가 압도적이었다. 게 다가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는 청년이 무려 53.5%에 달했다. 결국 청년 10명 중 3.64명가량만 결혼을 원하고 5.35명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획기적 저출산 대책이 없는 한 반전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주목할 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비혼 동거’에 대해서는 80.9%가 동의했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는 ‘비혼 출산’에 39.6%가 답했다는 점이다. 결국 ‘비혼 동거’와 ‘비혼 출산’ 장벽을 허무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더 분명해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8일 내놓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를 보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으로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서울시는 0.59명을 기록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출산율 반등은커녕 이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까지 추락했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 와중에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은 10년 전인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무려 20.1%포인트나 떨어졌다. 결혼을 해도 53.5%는 자녀가 필요 없다고 여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런 흐름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일 것 같다. 이번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비혼 출산 동의율’이 10년 전인 2012년 29.8%에서 2022년 39.6%까지 무려 9.8%포인트나 올라선 데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고 싶은 청년이 늘고 있는 현실이 투영된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비혼 출산’ 비율은 2.0%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2%(2021년 기준)이고, 유럽연합(EU)의 평균도 41.9%에 달한다. 아이슬란드가 69.4%, 프랑스 63.8%(2022년 기준), 노르웨이 58.5%, 스웨덴이 54.5%, 덴마크가 54.2%에 달하는 것과는 현격한 격차다. 특히 프랑스는 한때 저출생을 고민했다. 1950년 2.93이었던 합계출산율이 1993년 1.65까지 꺾이자 적극적으로 출생률 부양책을 폈다. 가장 효과를 본 것이 ‘혼외 출생을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정책’이다.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 PACS)”을 맺은 동거 커플에게 결혼한 커플과 똑같은 출산·육아 지원을 하는 정책이다. 사회 인식이 포용적 법률을 만들고, 법률이 포용적이고 개방적 가족과 출산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비혼 출산’은 말 그대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나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동성커플이나 비혼주의 여성이 정자은행을 통해 공여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실시해 출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지난 2020년 11월 자국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아들 ‘젠’을 낳으면서 한국에서도 ‘비혼 출산’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한국에서 정자 공여 시술을 통한 비혼 여성 출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