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상반기 영업익 전년동기比 47.9% 감소
시장 침체기에 나머지 거래소 모두 '적자전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불과 1년반 전까지만 하더라도 억대 인센티브를 자랑하며 '황금알'을 계속 낳을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생존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개 업체중 1위인 업비트를 제외한 4개사는 모두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66억원, 866억원으로 나타났다. 원화거래가 가능한 5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9%, 영업익은 68.9% 급감했다.
2위 업체인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처음으로 적자를 보였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800억원)보다 60% 줄어든 3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4억원을 기록했다. 3위 코인원도 매출이 전년 동기(224억원)보다 절반이 줄어든 112억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8억 8000만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코빗과 고팍스도 올해 적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코빗은 영업 손실 358억원에 순손실 502억원, 고팍스는 영업손실 765억원, 순손실 90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연봉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것을 떠올려보면 예상치 못한 실적이다.
계속된 적자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코인원은 올해 연봉 동결 및 성과급 제로 방침을 밝혔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희망퇴직을 신청받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찬바람이 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 부진은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인베이스는 올 초 비용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전체 직원 4700명의 약 20%에 해당하는 9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100명 이상을 감원한 바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업계의 전세계적인 침체 이유는 크립토 윈터 시즌이 계속되면서 거래소의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지난 2021년 말 11조 3000억원대 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5조 3000억원, 하반기에는 3조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업계는 쉽사리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의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도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