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추석 앞두고 경영난에 울상 짓는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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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추석 앞두고 경영난에 울상 짓는 산업계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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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명절떡값·대체공휴일·오염수방류·전기료폭탄 직격탄 "최악의 추석"
김영란법 개정·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대형 유통사 각광, 시장상인 외면
정부의 내수 소비 활성화 정책, 실효성 의문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오르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물 상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올해 ‘최악의 추석’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민족의 명절 추석(28~30일)을 앞두고, 사업자들을 힘들게 할 주요 요소로 △명절 상여금(휴가비) 지급 △대체공휴일(내달 2일)로 인한 인건비 증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로 소비 위축 △7~8월 전기료 청구서 등이 꼽힌다.

지난 8월 전력거래소에서 이뤄진 월간 전기 거래량은 5만1000기가와트시(GWh) 가량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같은 달에는 사상 최고치인 5만56기가와트시를 기록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수치다. 약 30평 규모의 편의점을 보유한 경기 안성의 편의점주 L씨는 “지난해 7월과 8월에는 100~120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냈다. 올해 여름 전기료는 130만원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편의점은 지난 봄과 가을에는 70만원대, 겨울에는 80만원대 전기요금을 냈는데, 올해는 여름철에만 이보다 1.6배나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손해는 결국 ‘명절 특수’로 만회해야 하는데, 자영업자들은 올 명절에 딱히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정부는 올해 추석에는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가액 상한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출 이슈와 태풍으로 인한 과일값 상승으로, 관련 물품을 미리 사들인 백화점과 마트에만 수요가 집중된 상태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20~30만원 사이 가격대의 메인 상품 물량을 늘리고 있는데, 세트 상품을 구성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대형 유통사들의 전략에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추석기간 동안 시장 상인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품 품질 또한 시장 상인들의 애로 사항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까지 0.26%포인트 올렸다. 비싼 가격과 더불어 농산물의 품질이 비교적 저조해진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시장에서 발품을 파는 것보단 품질이 균일한 마트와 백화점이 훨씬 유용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했는데, 불황에 강한 대형마트(93), 편의점(86)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준치(100)에는 못 미치지만, 내수 침체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단 뜻이다. 반면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 등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이 분포한 업계는 경기 전망을 한없이 어둡게 보는 실정이다.

한편, 가을과 추석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수산물 업자들은 때마침 터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서울 충무로의 횟집 업주는 “통상적으로 수산물은 여름철엔 판매가 부진하다. 가을 영업과 추석 특수를 손꼽아 기다렸건만 오염처리수 방류 소식이 닥쳐 앞이 캄캄하다”라며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늘어나 추석 연휴 당일에는 도심이 텅텅 빌 텐데, 전기료만 낭비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로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한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줄 상여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10곳 중 3곳의 중소기업이 37%가 지난해 설 대비 최근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또 정부가 추석과 개천절 사이에 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자영업자 사이들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금연휴 기간에도 식당, 편의점, 슈퍼마켓, 제조 생산 공장 등은 인력이 고정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 배경에 대해 ‘내수 소비 활성화’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영업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의 포장재 제조업체 관계자는 “요새 연휴만 길어진다 싶으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추세다. 돈 쓰는 고객들은 외국으로 떠나고, 국내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인건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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