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한동안 잦아들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8월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해 서민들의 시름이 커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0%, 전년 동월 대비 3.4% 각각 상승했다. 전월 비는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서비스 및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하여 전체 1.0% 상승했고, 전년 동월 비는 서비스,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및 농·축·수산물이 모두 상승하여 전체 3.4% 상승했다.
이렇듯 8월 소비자물가는 3.4% 올라 3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상승 폭은 지난 4월 3.7%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7월 소비자물가 25개월 만에 최저인 2.3% 상승에 그쳐 우리 경제의 숨통이 그나마 틔었다고 여겼는데 한 달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7월에 0.5% 하락한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8월에 5.3%나 급등한 데다 국제유가 인상까지 겹친 탓이다. 소비자들이 마트나 할인매장에서 많이 찾는 배추(42%), 시금치 (59%), 사과(30.5%), 복숭아(23.8%) 등의 가격이 특히 많이 올라 체감물가는 통계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석유류 가격은 8월에 11%나 하락했지만 기저효과와 7월 상승률이 마이너스 25.9%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곡물 제외 농산물 및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458개 중 401개)으로 작성한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9% 각각 상승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458개 중 309개)으로 작성한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458개 중 309개)으로 작성한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3% 각각 상승했으며, 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5%, 전년 동월 대비 3.9% 각각 상승했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9.9%, 전년 동월 대비 5.6% 각각 상승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2023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 2분기 성장은 한마디로 ‘무늬만 플러스’라 할 정도다.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 등으로 민간 소비는 0.1% 나줄었고, 코로나 지원 중단 등으로 정부 소비도 2.1%나 줄었다. 전체 GDP 성장률을 힘겹게 플러스로 돌려놓은 결정적 요인은 순수출 증가 덕분이다. 수출이 0.9% 감소했으나, 수입이 원유·가스를 중심으로 무려 3.7%나 줄어든 덕분에 간신히 역성장을 면했다. 이런 ‘불황형 저성장’은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85∼90달러로 치솟으며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중국 경제 부진에 따른 하방 압력까지 겹치면서 올해 1.4% 성장률 달성조차 힘들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또한 2023년 2/4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도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0.6%)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14조 9,000억 원 → 10조 3,000억 원)이 줄고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 손실(-32조 2,000억 원 → -34조 원)이 확대되어 0.7% 감소했다. 사정이 이러니 물가를 잡자고 함부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을 풀기도 힘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개혁 없이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서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비축해둔 농산물 방출을 늘리고 대체 농축산물 수입도 확대해야 한다. 이렇듯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진한 먹구름으로 돌변한 상황이다. 당장 심각한 불안 요인은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까지 내려갔으나, 급반등으로 바뀌었다. 폭염·폭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5.4%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도 3.9% 올라 추석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물가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역시 3.9% 상승,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게다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21.1%나 오른 상태다. 무더위를 이겨내느라 예년보다 에어컨을 더 틀었다가 평소 갑절 수준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소스라치게 놀란 가정이 적지 않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