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건강 잃은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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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건강 잃은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가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9.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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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기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라는 묘비명의 주인공인 스위스 교육자이자 ‘어린이 교육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요한 헨리히 페스탈로찌(Johann Henrich Pestalozzi)’ 선생님을 그리며, 가르친다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국가와 민족의 밝은 미래에 필요한 동량(棟梁) 육성의 숭고한 사명감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신성한 교단에 입직(入職)했지만, 추락한 교권에 무차별적 아동학대 누명과 지속·반복적 악성 민원 그리고 과중한 잡무 등에 시달리다, 교사로서 자긍심은커녕 마음 건강마저 잃고 우울증에 학교 대신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난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고귀한 생명을 더 잃어야 바뀔는지 암울하고 참담한 질문에 대답마저 없는 아픈 메아리는 우리 사회를 더욱 비통하고 애절한 슬픔에 잠기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두 달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벌써 다섯 명의 현직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직 교권 침해 정황이 없는 7일 청주 초등교사 투신 사건 제외하더라도 지난 8월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8일간 네 명의 현장 교사가 교육권 침해 관련 정황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 대전 유성구는 모두 초등학교 교사였고, 경기도 용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알려졌다. 지난 7월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취합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 최근 5년 6개월간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교사 중 절반 이상(57명)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올해만도 6월 30일까지 상반기 동안 11명이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데다 하반기 6명이 더 숨져 17명이나 사망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로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비극은 없어야 한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녹색병원과 함께 지난 8월 16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하여 지난 9월 5일 발표한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 증상을 보이는 교사(유·초·중·고교 및 특수교사)는 설문 응답자 3,505명 중의 63.2%였고, 이들 중 경도 우울 증상은 24.9%에 그쳤지만, 특히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38.3%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라고 답한 교사도 무려 16%에 달했다. 더 나아가 ‘극단적 선택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라는 응답도 4.5%에 달했다. 업무 부담 요인 중 수업은 3.2%에 불과했고 학부모 상담 민원(37.5%) 및 생활지도(28.4%)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 내 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절반이 넘었다. 응답자의 66.3%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신체 위협·폭력과 성희롱·폭력 경험 비율도 각각 18.8%, 18.7%였다. 언어폭력 가해자는 학부모(63.1%)가 가장 많았고 학생도 절반 이상(54.9%)이었다. 이처럼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는 대한민국 교사가 이미 소진(Burnout) 상태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교사들의 마음에 난 상처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잃고 마음 건강이 위태로운 교사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교사 6명 중 1명가량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라고 답할 정도로 교사들 마음 건강 빨간불 켜졌는데도 불구하고 ‘교원치유지원센터’ 상담사 1명이 담당해야 할 교사가 2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치유지원센터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7조에 따라 교권 침해 등으로 입은 교사의 정신적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지정된 기관으로, 교사들에게 상담, 심리치료, 법률 지원, 예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교육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의원실에 제출한 2022년 1학기 기준‘전국 교원치유지원센터 상담사 현황’에 따르면 17개 시·도 교원치유지원센터에 있는 상담사는 26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유·초·중·고교 교사 수가 50만 7,793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담사 1명당 교사 1만 9,531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열악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실체적 진실들이 밝혀져야 한다. 정부는 학부모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인해 교사들이 고통받은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는 물론 교사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사들의 우울 증상을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방치되면 비극이 재발할 수 있다.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는 교사들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쉴 수 있게 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전 초등교사는 학교 쪽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학부모와의 갈등과 분쟁으로 힘들어한 교사를 적극 보호하기는커녕, 학교 관리자와 교육 당국이 방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더 이상 교사들을 잃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관련 논의는 교사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이른바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여야 간 의견수렴이 정점에 달한 상황이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는 ‘사법경찰관은 아동학대 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교사가 ‘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신고당하면 경찰은 곧바로 수사해야 하고 무죄가 되더라도 그 결과를 검찰에 보내야 한다. 교사를 학대로 신고만 해도 교사가 무조건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법안을 포함해 ‘교권보호 5법’이 국회에서 ‘세트’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의견을 모았다는 ‘교권보호 4법’ 가운데 일부 조항에 대해 이견은 여전히 크다. 우선, 「교원지위법」 개정에 있어서 학생의 폭력 등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조항을 놓고 여야 간 견해차가 극명히 갈린다. 민주당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오히려 학부모들의 소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반대하는 방향이다. 가해 학생의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려고 소송을 남발하면 교사의 정신적 피해가 오히려 커질 것이란 지적에서다. 반면 국민의힘은 교권 침해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고 찬성하는 방향이다. 교육청에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양당 간 시각차가 커 보인다. 여야가 주장하는 각기 입장에는 당연히 일장일단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교권이 무너져 내린 현실에서 국회 입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절박한 교사들의 상황을 감안하여 여야가 미세한 각론을 두고 양보 없는 논리 공방을 펼쳐서는 안 될 일이다. 관련 법안의 통과 일정은 여야 간 이미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오는 9월 13일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와 9월 15일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를 거쳐 9월 2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는 일정이다. 여야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로 합리적인 균형점을 마련해 성숙한 정치의 묘미를 충분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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