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오션 시흥 R&D 캠퍼스, 조선 기술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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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화오션 시흥 R&D 캠퍼스, 조선 기술 'GOAT'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9.1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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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규 중앙연구원장 "H사와의 경쟁, 더 이상 존재 않아"
'해양 방산 기술 정점' 음향 수조, 군함 생존성 제고 연구
공동 수조, 진동·소음 분석…IMO 생태계 규제 적극 대응
차세대 전지 개발 LBTS, 해양공학 기술로 탄소중립 해법
자율 운항선 한비, 경제안전 운항 솔루션 따라 회피 기동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이 지난 15일 회사 경영 방침과 시흥 R&D 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이 지난 15일 회사 경영 방침과 시흥 R&D 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유상증자 2조원 중 9000억원을 방산 분야에 쏟아붓는 우리와 경쟁사 간의 대결 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

지난 15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 소재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했다. 이 곳에서 글로벌 초격차 방위산업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한화의 강한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오션 측은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유지·보수·점검(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에 진출하며 각종 기자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 방산 분야 핵심 역량을 확보하고자 석·박사 학위를 가진 330여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고, △무인·첨단 업체 투자·기술 확보 △해외 생산 거점화·무인 시장 진입 △국내 무인 함정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거친 파도를 헤쳐 나아가야 하는 배를 만드는 회사의 연구소 답게 각 건물에는 육중한 실험 장비들이 줄지어 있었고, 하나 같이 '최고·최초·최대·최신' 등 국내를 넘어선 세계구급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 했다.
한화오션이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조성한 음향 수조.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조성한 '음향 수조'. 사진=한화오션 제공
그 중에서도 2018년 12월 세워진 시흥 R&D 캠퍼스의 알파이자 오메가로는 단연 길이 25m·폭 15m의 '음향 수조'를 꼽을 수 있었다. 이곳은 시퍼런 벽과 바닥으로 이뤄져 있고, 수위 8.5m의 물이 채워져 있어 외견상 단순 초대형 어장 내지는 수영장과 같았다.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 앞 수심과 같은 수준으로 수심을 맞춰놓고 3~4일에 걸쳐 염화칼슘을 섞은 가정용 욕조 1만개분의 용량인 3100톤 규모의 수돗물을 채운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음파의 전파·반사·산란·회절·굴절 등 각종 특성을 확인·분석하고, '수중 방사 소음'을 줄여주는 '마스커 에어 시스템' 개발 목적의 기반 연구를 통해 공기방울의 일종인 '에어 커튼'을 형성함으로써 아군 잠수함과 수상함 위치를 적군에게 노출시키지 않아 생존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이내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 크레인에 묶인 모형 배를 그 안에 띄워놓은 채로 인위적으로 진동을 만드는 장면이 고도의 실험 현장으로 보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탐지·피탐 영역에서 음파의 주파수 대역은 망망대해가 아닌 공간에서 다루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화오션은 음향 수조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저주파수를 구현하는 '파라메트릭 어레이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때문에 음향 수조가 한화오션 방산 기술력의 정수임과 동시에 국가 방위와 K-방산 수출에 있어 매우 중차대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공동(空洞) 수조(상단)와 압력이 낮아져 물이 기화되는 현상을 연구 중인 모습. 사진=한화오션 제공
공동(空洞) 수조(상단)와 프로펠러 주변 압력이 낮아져 물이 기화되는 현상을 카메라로 최대 초당 12만장을 촬영 중인 모습. 사진=한화오션 제공
두 번째로 추진기 시험동에서 본 공동(裂缝, 캐비테이션) 수조 역시 거대함 그 자체였다. 2020년 7월 완공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 'ㅁ'자 터널 형태의 이 시설은 높이부터 21m인데다 전체 길이는 62m에 달했고 시험구의 크기는 폭과 높이가 각각 2.8m, 2.4m로 상업용 공동 수조 중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과언이 아닌 듯 했다. 현장에서는 4.5메가 와트(MW)의 초거대 모터가 3600톤의 물을 초속 15m로 쏴 유속을 만들어냈고, 공동 수조 속 11.5m의 노란색 모형 선박 바닥면에 기포를 밀어내는 모습을 확인했다. 다소 어두운 환경에서는 후방의 프로펠러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초당 12만장까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프로펠러가 침식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압력이 낮아져 물이 기화되는 현상을 '캐비테이션'이라고 한다. 프로펠러의 추진력은 날개가 회전하면서 만들어내는 뒷면의 압력 차이에 의해 생성되고, 주로 선수 방면 프로펠러 날개면에 매우 낮은 압력장이 만들어져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 이는 선체 진동과 소음의 주 원인으로, 승조원들의 거주 활력성과 해산 포유류의 가청 주파수 대역을 포함해 이들의 번식률 저하와 포유류 간의 의사 소통 방해, 고래류 회유 경로 변경 등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켜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강력히 규제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중 방사 소음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음향·공동 수조는 한화오션 시흥 R&D 캠퍼스의 상징인 돌고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해보였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 캠퍼스 내 돌고래 석상과 분수. 사진=매일일보 산업부 박규빈 기자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 캠퍼스 내 돌고래 석상과 분수. 사진=매일일보 산업부 박규빈 기자
기존 디젤 발전기를 채용한 잠수함은 3~4일 간 잠항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차세대 함정 추진 시스템과 친환경 선박용 동력 시스템 연구 개발을 위한 육상 시험 설비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세워 연료 전지와 수소 생산 시스템 실증 기반 시설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탄소 중립 경영을 조선해양공학 기술로 풀어낸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한화오션이 2021년 진수한 '도산 안창호'함은 연료 전지 셀에 기반해 14일에 이르는 세계 최장 잠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네덜란드·폴란드 등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들에 대한 셀링 포인트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형 시험 수조(HOMB, Hanwha Ocean Model Basin)에서는 목재로 배를 만들고 3D 스캐너로 프로펠러를 설계하는 현장을 봤다. 3D 프린터로는 기존 대비 3분의 1가량 시간이 줄어들어 13일만에 배 한 척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기술 발전의 위대함을 체감했다. 이어진 300m짜리 예인(曳引) 수조에서는 레일이 떠받치고 있는 장대한 기계가 취재진을 반겼다. 초속 최대 8m로 움직일 수 있는 이 예인 전차는 200m에 이르는 데이터 계측 주요 구간에서 인공 파도를 만드는 '조파기'와 한 몸을 이뤄 대양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화오션 스마트쉽 플랫폼·솔루션·서비스(HS4) 육상 관제 센터에서 각종 지표를 확인 중인 직원들.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스마트쉽 플랫폼·솔루션·서비스(HS4) 육상 관제 센터에서 각종 지표를 확인 중인 직원들. 사진=한화오션 제공
HS4 미디어 연구&리셉션실에서는 한화오션의 스마트쉽 플랫폼·솔루션·서비스를 의미하는 'HS4'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한인간공학회가 국내 해양 선박 사고 주요 요인의 상대적 중요도를 계산한 결과, '인식 부족'이 0.391의 가중치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휴먼 에러'를 방지하고자 육상에서 데이터 기반해 선박을 원격 관제함으로써 효율성 증대와 안전을 도모하고자 기술을 개발했다. 실선 해상 환경과 같은 테스트 베드를 갖췄고, 선박 내 시스템의 진동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상태를 감시하고 이상을 감지하고, 운항 정보를 민간 선박과 군함으로 나눠 각각 별도의 공간에 위치한 클라우드 저장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니 대한민국 대표 조선사의 무거운 책임감까지 느껴졌다.
시흥 R&D 캠퍼스 내 자율운항선 관제 센터에 마련된 '한비' 운항 솔루션. 사진=한화오션 제공
시흥 R&D 캠퍼스 내 자율운항선 관제 센터에 마련된 '한비' 운항 솔루션. 사진=한화오션 제공
자율운항선 관제 센터에서는 한화오션의 '바다 위의 테슬라'인 '한비(구 단비)' 연구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각종 레이더와 노선 매니지먼트, 기상 정보 등을 갖춘 시스템은 출항하는 순간부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전체 경로를 경제 운항 솔루션에 따라 최적화 하고, 위험 상황과 맞딱뜨리면 엔진 RPM과 러더 타각을 제어해 자연스러운 회피 기동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상 다중 장애물 탐지가 가능해 어느 것이 선박이고 단순 부유물인지도 파악하는 능력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동훈 한화오션 책임 연구원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센서를 요하고, 더욱 정확한 하나의 정보로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며 "센서 융합 기술을 활용해 선박 주변의 위험도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 통신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데에는 제약 조건이 따른다"며 "디지털 트윈 기반 기술이 가시화 된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듯 싶다"고 부연했다. 기자는 강 연구원장에게 HD현대의 자회사 '아비커스' 대비 강·약점과 해당 사업부의 무인 선박 자회사화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강 연구원장은 "친환경 추진 장치-군함 기술 연계 개발 집중도가 더욱 높다"면서도 "여러 사정 상 이제 발동을 거는 부분이라서 외부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었고, 2030년까지 목표에 따라 움직여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연구원장 신분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곤란하다"며 "자율 운항 선박 개발을 가속화 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화오션은 하루 새 굉장히 많은 부분을 보여줬다. 그런 만큼이나 시흥 R&D 캠퍼스의 역량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본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소 시흥 R&D 캠퍼스 건물 간판. 사진=매일일보 산업부 박규빈 기자
한화오션 중앙연구소 시흥 R&D 캠퍼스 건물 입구. 사진=매일일보 산업부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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