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연준발 ‘고금리 장기화’ 파고, 가계부채 연착륙 총력 경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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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연준발 ‘고금리 장기화’ 파고, 가계부채 연착륙 총력 경주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9.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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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각)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5.25∼5.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및 내년 5%대 고공 행진을 예고해 글로벌 긴축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라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자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1.53% 급락했고 미 국채금리(2년물)는 17년 만에 최고(가격 하락)를 찍었다.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는 ▷강력한 성장(올 성장률 전망 1.0%→2.1% 상향), ▷뜨거운 고용시장(실업률 3.8%), ▷떨어지지 않는 물가(소비자물가지수 3.8%) 때문으로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셈이다.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잠재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감산으로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국제유가 역시 고금리 시대 장기화의 원인이다. 서울에서도 코스피가 1.75% 추락했고,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돌파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339.7원으로 10원 가까이 급등했고, 국제유가마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면서 다시 금리·환율·유가의 3고(高)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연준은 내년 말 금리도 5.1%(중간값)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내놓은 4.6%를 크게 웃돈 것으로 5%대 ‘고금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러한 연준(Fed)의 금리정책 방향은 우리에게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한 터라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전망치를 높인 이유를 “미국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사정이 정반대여서다.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데다 물가는 다시 오르는 추세이고 부채 상황도 심각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고금리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업 및 가계의 채산성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L’자형 장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가 15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인상이 물가까지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는 역대 수준인 477억 8,489만 달러(약 64조 55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때 생긴 무역적자는 올해까지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6월부터 월별 무역수지는 3개월째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11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불황형 흑자(Recession trade surplus │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무역흑자가 나는 현상)’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인 원유 생산량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까지 ‘L’자형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 현실화할 것이 자명하다는 데 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경기 전망이 더 불투명해진 탓에 한국의 상황은 더 불안하다. 중국 정부가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고는 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내수 소비가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 금리 인하를 통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중국의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한국의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CCI) 순환변동치는 지난 6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L’자형 불황을 전망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각별한 경계심 갖고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라고 했지만, 이미 지난 8월 외국인들이 주식 9억 달러, 채권 8억 달러를 순매도하는 등 불안한 조짐이 크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곳곳이 지뢰밭인 가운데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큰 파고다. 이미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돌파했지만, 되레 가계 대출 증가 폭은 더 커지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은 1,075조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9,000억 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무엇보다도 2년 전 국내 기준금리 연 0.5% 때와 현재 3.5%가 주는 이자 부담 차이는 실로 엄청나게 크다. 
더욱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고금리 시대에 부채 조정 과정이 미흡해 올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1.7%로 비교대상 61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스위스로 126.1%, 2위는 호주 109.9%, 3위는 캐나다 103.1%였다. 전 세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평균 61.9%다. 가계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80%)를 큰 폭 상회하며 여전히 높은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44개국의 가계부채 비율 중위값 56.3%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3.5%와 미국의 연준 기준금리 5.25~5.50%와의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포인트까지 커진 가운데 이제는 ‘고금리’가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은 점을 분명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하며 개인들도 섣부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는 삼가야 한다. 한국은행도 지난 9월 14일 발표한 ‘통화정책신용보고서(2023년 9월)’에서 “우리나라 금융 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 증대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특히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Deleveraging │ 부채 감축) 없이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경고했고,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도 지난 9월 6일 ‘2023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부채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가계대출 정책 재검토를 강력히 권고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높이면서 한국 성장 전망치만 낮추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 6월과 마찬가지로 1.5%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와 주요 20개국(G20)의 성장률은 각각 3.0%, 3.1%로 종전보다 각각 0.3%포인트씩 올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금리와 글로벌 긴축이 장기화하는 국면인 만큼 거시 건전성과 통화정책을 모두 활용해 가계부채부터 잡는 게 최우선이다. 가계 대출 감소와 더불어 현재 2.0%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고금리 장기화’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만 한다. 한계기업을 비롯한 기업부채 관리 정책도 필수다. ‘영끌’과 ‘빚투’를 타깃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를 없애는 등 핀셋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감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금리 장기화’의 충격이 다른 선진국보다 유독 클 수밖에 없는 한국이다. 과도한 부채 증가를 억누르고 자본 유출 우려를 막으려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경기 악화 우려 때문에 머뭇거리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총력 경주해야 할 때다. 재정·금융 정책당국 간 유연하고 일관성 있는 공조를 가일층 공고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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