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각)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5.25∼5.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및 내년 5%대 고공 행진을 예고해 글로벌 긴축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라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자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1.53% 급락했고 미 국채금리(2년물)는 17년 만에 최고(가격 하락)를 찍었다.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는 ▷강력한 성장(올 성장률 전망 1.0%→2.1% 상향), ▷뜨거운 고용시장(실업률 3.8%), ▷떨어지지 않는 물가(소비자물가지수 3.8%) 때문으로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셈이다.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잠재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감산으로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국제유가 역시 고금리 시대 장기화의 원인이다. 서울에서도 코스피가 1.75% 추락했고,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돌파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339.7원으로 10원 가까이 급등했고, 국제유가마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면서 다시 금리·환율·유가의 3고(高)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연준은 내년 말 금리도 5.1%(중간값)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내놓은 4.6%를 크게 웃돈 것으로 5%대 ‘고금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러한 연준(Fed)의 금리정책 방향은 우리에게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한 터라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전망치를 높인 이유를 “미국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사정이 정반대여서다.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데다 물가는 다시 오르는 추세이고 부채 상황도 심각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고금리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업 및 가계의 채산성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L’자형 장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가 15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인상이 물가까지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는 역대 수준인 477억 8,489만 달러(약 64조 55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때 생긴 무역적자는 올해까지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6월부터 월별 무역수지는 3개월째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11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불황형 흑자(Recession trade surplus │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무역흑자가 나는 현상)’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인 원유 생산량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까지 ‘L’자형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 현실화할 것이 자명하다는 데 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경기 전망이 더 불투명해진 탓에 한국의 상황은 더 불안하다. 중국 정부가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고는 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내수 소비가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 금리 인하를 통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중국의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한국의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CCI) 순환변동치는 지난 6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L’자형 불황을 전망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각별한 경계심 갖고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라고 했지만, 이미 지난 8월 외국인들이 주식 9억 달러, 채권 8억 달러를 순매도하는 등 불안한 조짐이 크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곳곳이 지뢰밭인 가운데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큰 파고다. 이미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돌파했지만, 되레 가계 대출 증가 폭은 더 커지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은 1,075조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9,000억 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무엇보다도 2년 전 국내 기준금리 연 0.5% 때와 현재 3.5%가 주는 이자 부담 차이는 실로 엄청나게 크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