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주택 담보 대출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다시 위험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9월 26일 공공주택 12만 가구 추가 공급과 민간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확대,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등을 골자로 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재 값 인상, 고금리 등으로 인한 민간 건설 부문의 위축된 공급을 공공 역할 확대로 보완하겠다는 취지이자 적체된 인허가 해소와 착공 대기 물량의 공사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핵심 골자는 ▷12만 호 수준 물량 추가 확보, ▷전매제한도 1년간 한시 완화, ▷부동산 PF 대출 보증 규모 10조 원 확대, ▷비(非) 아파트 자금조달 지원 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시적인 주택공급 지연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을 한시적으로 1년간 완화하고, PF대출 보증 규모도 당초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10조 원 확대한다. 당초 6만 5,000호로 계획된 신규 공공택지 물량을 8만 5,000호로 2만 호 확대하고, 후보지 발표 시기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용적률 상향 등 토지 효율성 제고를 통해 3기 신도시 등에서 3만 호 이상 공급을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수도권에 12만 호 가까운 물량을 추가 확보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공급하여 공급 정상화를 견인한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대책을 다급하게 서둘러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건 수도권 집값이 전 고점의 70∼80% 수준을 회복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주택 공급 불안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1% 상승했다. 그 전주 0.09%와 비교해 상승 폭이 0.01% 커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0.12% 올라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엔 아파트 가격이 줄곧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흐름이 뒤집힌 것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13% 올랐다. 지난주 0.11%보다 더 뛰었다. 구체적으로 서울(0.17%→0.20%), 수도권(0.21%→0.24%), 지방(0.01%→0.03%) 모두 상향 조정 수준을 확대했다. 지난 9월 26일 한국은행이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발표한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심리지수)는 9월 11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전월(107) 보다 3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올 6월 100을 기록한 이후, 7월 102, 8월 107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21년 11월(1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10개월 연속 상승했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국 도시에 거주하는 2,500가구를 상대로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집값 전망을 물어 작성하는 것으로 0~200 범위에서 100 이상이면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보다 많다는 의미다. 집값 전망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도 집값 상승 기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2.9로, 전월(91.7)보다 1.28% 올랐다. 2021년 10월(1.42%) 이후 23개월 만의 최대 오름폭이자 지난 5월(0.1%)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로 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폭 0.26%를 크게 앞질렀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평균 집값 변동률을 나타낸 것으로 주택 시장의 대장주로 통한다. 이러한 통계들이 웅변하듯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러자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 구입에 뛰어드는 양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젊은 층의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하는‘영끌’과 ‘빚투’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집값 상승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가 부분적으로 대출을 풀어준 탓이 크지만, 상반기 주택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51% 감소하는 등 2∼3년 뒤 공급 가뭄도 시장 불안감을 자극하며 주택공급이 제대로 안 될 것이란 예측이 퍼진 것도 한 원인이다. 당연히 방향성은 옳겠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택공급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건 수치로도 드러난다. 올해 1∼8월 주택 착공 56% 폭감·인허가 39% 급감·준공 7.6% 감소까지 ‘트리플(Triple)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집값 상승에 베팅하려는 사람이 많이 생길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주택은 단시간 내에 공급될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공급과 수요의 괴리가 지속되면 계속 집값을 밀어 올려 부동산 거품을 일으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나아가 수도권 공급 절벽은 미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진다.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강구한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빌라 등 비아파트 서민 주택 건설 자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대목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에 방점이 찍힌 건 문제의 핵심을 잘못짚은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정부는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목표량은 47만 호였으나 올해 8월까지 준공은 26만 호도 못 미친다. 3기 신도시 입주 시기도 당초 2025년으로 제시됐지만, 토지 보상 난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부실시공 사태가 겹치면서 1∼2년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인천 계양이 올해 말 처음 주택 착공에 들어가고 나머지도 빨라야 내년 7월 이후 착공이 가능한데 이번에 포함된 추가 물량은 이보다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존 공약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많은 공급 목표를 제시한들 믿어주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이번 대책에 주택 착공이나 분양 시기 같은 구체적인 공급 일정이 담기지 않은 데다 택지지구 지정을 통한 중장기 물량이어서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엔 사실상 역부족이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한 것은 주택 시장 경착륙을 우려한 정부가 올해 연초부터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임계점을 넘은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1,862조 8,000억 원으로 더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