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짧은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행객 모두 단풍이 흐드러지게 핀 곳에서 ‘인생사진’을 찍고, 맛있는 것도 배불리 먹으면서 즐거운 추억의 한 조각을 만들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즐거운 여행에도 불청객이 있다. 그건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내 가족이 사라지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에는 부산역과 여객 터미널 등이 있어, 1년 내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리고 가끔 신고자의 아이나 부모님이 사라졌다는 112신고가 접수되는데, 다행히도 대부분 이른 시간에 실종자들을 발견하여 가족의 품으로 인계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상당수가 아동,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이다. 이들은 실종 사건 발생 시,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종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실종자가 강력범죄에 노출되거나 가족들이 실종자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실종 사건은, 2002년 피해자들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실종 사건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경찰청과 유관기관에서 실종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실종아동등 관련 법률 제정, ‘배회감지기 보급’, ‘코드 아담 훈련’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 잠시 짬을 내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지문 등 사전등록제도’이다. 이 제도는 등록 대상자의 지문과 사진 연락처 등을 등록해두고,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등록된 자료를 활용하여 대상자를 확인 후, 신속하게 가족에게 인계하는 제도이다. 사전등록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신청자가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지참하고, 등록 대상자와 가까운 경찰서나 치매안심센터 등에 방문해서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을 촬영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만약 경찰서에 방문할 짬이 나지 않는다면, ‘안전Dream’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하여 안내대로 해도 간편하게 사전등록 할 수 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더라도 ‘지문 등 사전등록제도’는 실종자를 가족에게 인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사전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경찰관이 실종자를 발견하더라도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실종자를 보호시설에 입소하고 이후 가족에게 인계하는 이중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평균적으로 ‘94시간’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종자가 사전등록을 하였더라면, 이런 시간을 ‘1시간’으로 확 줄일 수 있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고 나서,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고통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실종의 고통을 줄이는데 필요한 시간은 ‘10분’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가, 가정에 아동과 치매 노인 등이 있다면 사전등록을 하러 가까운 경찰서에 조속히 방문하길 바란다. 부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사 김상목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