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책 재배 장려에…오갈 곳 없는 ‘우리밀’, 보관비용만 3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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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책 재배 장려에…오갈 곳 없는 ‘우리밀’, 보관비용만 34억원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10.1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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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저장량 4배 증가…재고량 4만1357t 달해
소비처 확보 못해…전체 방출량, 매입량비 24.2%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우리밀 재배를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처가 없어 재고 보관비용으로만 34억원이 들었다. 사진은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들녘.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정부가 우리밀 재배를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처가 없어 재고 보관비용으로만 34억원이 들었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만t(1만173t)을 겨우 넘었던 우리밀 저장량은 지난 8월 4만1357t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현재 밀 자급률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밀 자급률을 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하며 재매면적을 늘리고 있다. 전문 생산단지를 선정해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따른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해 재고량이 늘고 있다. 연도별 우리밀 매입량은 2019년 1만201t, 2020년 853t, 2021년 8401t, 지난해 1만6561t이다. 지난 8월까진 1만8558t으로 집계됐다. 반면 연도별 방출량은 2019년 28t, 2020년 823t, 2021년 3746t, 지난해 3992t, 올해는 지난 8월 기준 4628t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총 5만4574t을 매입했으나 방출량은 1만3217t에 그쳤다. 전체 매입량 대비 24.2%에 불과한 수준이다.
보관창고에 쌓이는 저장량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재고량은 2019년 1만173t, 2020년 1만203t, 2021년 1만4858t, 지난해 2만7427t, 지난 8월까지 4만1357t으로 파악됐다. 저장량 증가에 따라 보관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aT가 우리밀 보관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2020년 2억62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4억1500만원, 2022년 12억79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4억3700만원에 달한다. 우리밀 재고량 증가로 보관비용만 33억9300만원이 투입됐다. 국산밀 가격은 수입밀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아직은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해 많은 양을 균일한 품질로 공급하기 어려운 탓이다. 제분·식품업체는 우리밀 대신 수입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마땅한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생산량을 늘리다보니 정부비축 만으로는 과잉 물량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어기구 의원은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밀 수입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밀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보장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밀의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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