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얼굴이자,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되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직관적이고 명료한 이미지에 도시의 정체성, 역사성과 함께 미래 비전까지 담아내고 있다. 잘 만든 도시브랜드 하나로 지역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유·무형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가 도시브랜드 제작에 무엇보다 신중하고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포천시는 민선 8기 출범과 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도시브랜드 변경을 추진했다. 2020년 도시브랜드를 변경한 지 겨우 3년 만의 일로, 끝내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좌절됐다. 포천은 오간데 없고 특정 기업 제품부터 연상시키는 디자인, 지역의 상징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부결의 주된 원인이다. 집행부가 추진한 도시브랜드 개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쌈짓돈이라 불리는 풀(POOL) 예산으로 의회 사전심의를 피해가더니, 용역과정에서 나온 여러 의견들은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시민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했다지만, 샘플로 제시한 몇 개의 상징물은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너무도 비슷하게 생겼다. 시민 입장에서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기만적인 조사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집행부가 만든 도시브랜드는 의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대로 된 도시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백영현 시장의 장담과는 달리, 포천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온전히 드러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집행부의 부실한 도시브랜드 제작으로 애먼 시민 혈세 2천만 원만 낭비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도시브랜드 부결 이후 집행부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지역 언론사 인터뷰에서 의원이 감정적으로 부결시켰다며 때아닌 남 탓을 하더니, 급기야 전임 시장이 만든 도시브랜드까지 거론하며 당시에는 왜 아무 말 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실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지속가능한 도시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회의 요구에 자성은커녕 정당한 의정활동을 폄하하는데 몰두하는 집행부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 오로지 남 탓과 감정싸움으로 일관하는 집행부의 대응에서 의회에 대한 존중은 일말(一片)의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의회는 그저 집행부 결정에 따르는 거수기가 되라는 말인가?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