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회가 방위산업체들의 고민거리였던 방위사업청의 지체상금 규제를 걷어줌으로써 관련 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해외 판로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지체 중이던 방위사업청의 32개 사업의 총 계약 금액은 5조7164억원이었고, 지체상금은 총 6818억원으로 전체 대비 약 1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사업의 경우 계약 금액이 695억원이었는데, 지체상금은 999억에 달해 계약액 대비 지체상금액이 143%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지체상금이 계약 금액의 30%를 초과하는 사례도 상당했다. 이와 같이 지체상금 수준이 커질 수록 우리 방산 기업들은 재무 구조상 큰 타격을 받게 돼 경영에 차질을 빚어 우수한 무기 체계 개발에 영향이 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의하면 대한항공 방위 사업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지난해 491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P-3C 해상 초계기 성능 개량 사업 지연을 문책당해 726억원을 물어내야 했다. 2013년 4월 대한항공은 방사청으로부터 해군의 P-3C 해상 초계기 레이더와 주·야간 식별 장치를 포함한 최신 임무 장비를 신규 장착함을 골자로 하는 성능 개량 사업을 4409억원에 따낸 바 있다. 대한항공은 방사청을 상대로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시에 따라 473억원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손실 기록은 면치 못했다. 이는 방사청이 납품 요건을 변경해 생긴 납품 지연 사례임에도 당국이 지체상금을 부과한 것이다. 한화오션 역시 1조원대인 3000톤급 도산 안창호함에 탑재할 33억짜리 장비 납품이 하청 업체 탓에 늦어져 지체상금 948억원을 내기도 했다. 총 개발 기간은 8년이었으나, 110일을 넘겼다며 전체 잠수함 건조 비용 중 10% 가량을 지체상금으로 물린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체상금을 우선 모두 납부했지만 민사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포함, 한화오션은 총 6건의 계약을 통해 약 2200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성실히 R&D에 임했을 경우 지체상금을 면제해준다는 것으로, 각 업체들의 관련 역량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방산업계는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노력 덕에 지체상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국방위와 정부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야간에만 이동이 가능토록 했던 군수 물자를 주간에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한화디펜스는 폴란드로 수출하는 K-9 자주곡사포 212문에 대한 수출 일정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로써 선적 일정을 맞추기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겼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19일 경남 창원 공장에서 2025년까지가 납기인 폴란드향 전차 180대의 첫 출고를 기념하는 'K-2 흑표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을 가졌다. 폴란드 정부와 계약한 전체 물량은 이를 포함해 1000대이고, 나머지 820대는 'K-2PL'로, 현지 모델이다. K2-PL 중 일부는 국내 생산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물량에 대한 수출은 2차 계약이 이뤄져야 진행된다. 지체상금 규제 해소로 기존에 없던 무기 체계를 개발하던 방산업체들은 비 효율적인 선 소송 후 환급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될 것이라는 평도 존재한다. 이로써 유럽 등 방산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가 해제돼 관련 기업들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방산 수출 물량과 종류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으나 규모와 액수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당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화력 증강을 거론했기 때문에 지상 무기 체계의 수출량이 대폭 늘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배치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 픽'으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탄도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해 정유 시설을 공격해 대공 방어 소요가 생겨나 수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2019년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K-239 다연장 로켓 '천무'와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필두로 한 중동 국가들은 35억달러(약 4조1000억원)를 투입해 천궁-Ⅱ를 구매하는 등 K-무기 체계의 주요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과거 중동 국가들은 소련제 무기를 대거 도입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기 체계의 신뢰도가 하락했고, 미국이나 유럽산 역시 유지·운영·보수(MRO)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UAE는 천무, 이집트는 K-9 자주포 운용 체계 도입에 관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총 4조원에 달하는 딜이다. 아울러 이집트 군은 FA-50 경공격기와 같은 T-50 계열 항공기를 배치해 자국 영공 안보 강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총 36대를 구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나, 최대 100대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판이어서 당분간 K-방산 수주 낭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