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기획:장제원] 여론조사 응답률 5% 미만 제한…'정확도'냐, '과잉규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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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기획:장제원] 여론조사 응답률 5% 미만 제한…'정확도'냐, '과잉규제'냐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3.10.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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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률 제한, 영세 언론사 퇴출 낳을 수 있어"
"정치권 공론장 형성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사진=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사진=장 의원 페이스북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론조사는 현안별 여론을 청취하기 위해 실시된다. 이중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 관련 여론조사는 일정한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기에 국가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게 한다. 26일 기준 심의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업체는 총 88개로, 상당히 많은 수의 업체가 존재하다 보니 서로 다른 조사 방법으로 결과가 들쭉날쭉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여론 조작을 하는 여론조사 업체는 이참에 입법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최소한 응답률 10% 이상인 전화 면접조사만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응답률'은 여론조사 연락을 받은 사람들 중 최종적으로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법규상 응답자 수는 대통령선거 및 전국단위 조사는 1000명, 국회의원선거 및 구·시·군 단위 조사는 500명 등의 조건이 정해져 있지만 응답률에 대한 기준은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 응답률은 타 국가 조사 대비 비교적 낮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총선 여론조사 2199개의 응답률 평균치는 9.1%였다. 1000명의 응답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평균 9100명에게 조사를 시행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의 경우 여론조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뢰 가능한 응답률의 마지노선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르게 분석하고 있으나, 응답률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국민의힘·부산 사상구)은 이에 지난해 11월 선거여론조사 결과 발표 및 선거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치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를 선거 여론조사에 포함시키고 △1년 이상 선거 여론조사를 미공표한 선거여론조사기관의 등록을 취소하고 △응답률 5% 미만의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장 의원은 "2024년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선관위의 여론조사 견제 기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민심을 왜곡하는 '꼼수 여론조사'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응답률에 따라 여론조사를 제한할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소수정당이나 영세 언론사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응답률이 높은 여론조사는 사람이 직접 진행하는 전화면접조사를 이용한 경우가 많고,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서비스(ARS)를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비용의 전화조사의 경우 대규모 업체들이 주로 해왔고, ARS는 저비용으로 소규모 신생 회사들이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응답률 제한'은 소규모 여론조사 업체들의 퇴출을 낳을 수 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 에디터는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응답률이 낮은 ARS 여론조사는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대답하고, 응답률이 높은 전화여론조사는 '중도층' 답변이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 같은 경우 응답률이 낮을 때는 낮게, 높을 때는 높게 나오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여론조사 응답률 제한 법안을 만들면 정부·여당이 여론탄압 이미지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법률로써 여론조사를 규제하겠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며 "응답률 문제는 과학적 방법론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23일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국내 34곳 주요 여론조사업체가 가입한 한국조사협회(KORA)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야 정당 지지율, 총선 관련 여론조사 등을 시행할 때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없애고 전화면접조사만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조사협회는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 전송해 녹음된 목소리 또는 기계음을 통해 조사하는 ARS는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 아니다"며 "(ARS 여론조사는) 통신 환경마저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밝혔다. 반면 리얼미터·조원씨앤아이 등 19곳 여론조사업체가 소속된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는 이를 "(사람이 관여하는 전화조사와 달리) ARS가 더 정확하다"며 "응답률 관련된 논란이 분출된 것은 여론조사업체 간 경쟁 탓"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방법에 관한 논쟁이 벌써 20여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논란이 다시 생긴 것은 업계 내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정확도 논쟁이 학술적·조사방법론적 공방을 떠나 정치적, 혹은 업계 내 이권을 위한 싸움으로 번져나가는 상황은 우려할 만 하다. 벌써부터 일부 보수언론들은 ARS 조사 결과가 '가짜 뉴스' 유포의 근원지라고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 측 관계자들은 전화조사보다 ARS 조사가 훨씬 더 선거 결과에 가까웠다며 응답률이 낮다고 해서 신뢰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전문가별, 관련단체별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의 공론장 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또한 법률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 이전에 여론조사의 품질 관리를 위한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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