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요소수 악몽 겪은 韓, 이번엔 흑연 통제 리스크
국내 핵심광물 10종 중 7종, 中 수입 의존도 절반 넘어
IRA 해외우려집단 변수 등 中기업 JV도 리스크에 노출
국내 핵심광물 10종 중 7종, 中 수입 의존도 절반 넘어
IRA 해외우려집단 변수 등 中기업 JV도 리스크에 노출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라는 직접적인 리스크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 원자재법(CRMA) 등 해외 시장에서의 중국 견제라는 간접적인 리스크까지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직·간접적으로 중국과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중국으로부터 직접 핵심 광물을 수입하는 직접적인 형태뿐 아니라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JV)를 통해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간접적인 형태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핵심 광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력 때문이다. EU의 핵심 원자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2016~2020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하는 광물은 33종에 달한다. EU가 지정한 핵심 원자재 중에서 3분의 2가 중국이 장악한 셈이다. 이 33종 중에는 희토류가 15종이나 들어있다. 여기서 10종의 희토류는 중국이 100% 점유율을 보인다. 희토류가 중국의 가장 강력한 '자원 무기'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이 오는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시킨 천연 흑연도 점유율이 65.4%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중국산 천연·인조 흑연 의존도는 각각 90.4%, 93.3%에 이른다. 흑연은 배터리 4대 소재인 음극재의 원료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 배터리 업계 불확실성을 급격히 높이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의 잠재적 중국 공급망 리스크는 상당하다. 정부가 지난해 지정한 10대 전략 핵심 광물 중에서 7개가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2021년 국내 산업계를 덮쳤던 '요소수 품귀' 대란이 발생한 당시 요소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는 65%였다. 전략 핵심 광물이 중국의 수출 통제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미국·EU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중국 조치가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IRA의 해외 우려 집단(FEOC) 변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JV로 공급망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FEOC가 중국 기업과의 합작 형태마저 규제한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로서는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공급망 재편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국내 기업들이 탈(脫)중국 수준의 공급망 다변화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배터리 산업에서 전구체와 수산화 리튬 등 핵심 광물 가공품의 경우 최대 96.4%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리튬의 실제 비축량도 5.8일분에 불과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이 가능한 국가는 현재 없다"며 "기업 리스크를 키우는 급격한 탈중국보다는 중·장기적 공급망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