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vs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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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vs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동상이몽'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1.0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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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잠수함 건조 실적, 기수출분 포함 통산 21척
HD현대 "단일 업체 생산 캐파 달려…공동 수주 희망"
한화오션 "국익 차원 불리, 수주 가능성 높은 곳서 해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내에 전시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내에 전시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캐나다 해군의 신조 잠수함 도입 사업에 한화오션이 팔을 걷어부친 가운데 HD현대는 조선업계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한 사업을 두고 두 회사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잠수함 전문 포럼인 '딥 블루 포럼 2023(Deep Blue Forum 2023)'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은 CAE·J-스퀘어드 테크놀로지스·모데스트 트리·드네데 등 현지 4개 기업과 캐나다 해군 잠수함 사업에 협력하고자 총 4건의 '양해 각서(MOU)'에 서명했다.
한화오션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잠수함을 운용하는 캐나다 해군이 자사 제품에 호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캐나다 해군 협회(NAC, Naval Association of Canada)는 기관지인 '스타쉘(Starshell)'을 통해 "도산 안창호급(KSS-Ⅲ)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탑재하도록 설계된 소수의 재래식 동력 잠수함(SSK)"이라고 소개했다. 캐나다 해군이 눈 여겨보는 도산 안창호급은 척당 2조원에 달하고, 손원일급을 잇는 3000톤(t)급 국산 잠수함이다. 주요 제원은 △길이 83.3미터(m) △폭 9.6미터(m) △수중 최대 속력 20kts(37km/h) △탑승 인원 50여명 등이다. 이는 수직 발사 체계(VLS, Vertical Launching System)를 장착한 AIP 탑재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1800톤급인 손원일급 대비 규모가 2배 가량 커졌다.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에 개선된 연료 전지를 적용했고, 2020년 디젤 잠수함으로는 3주일 가량의 세계 최장 수중 잠항 지속 시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캐나다 해군은 영국 해군이 1896년부터 1992년 사이 진수시켜 운용하던 업홀더급(Upholder-class) 중고 잠수함 4척을 1998년 매입해 '빅토리아(Victoria)'급으로 명명해 운용해오다 장비 노후화를 이유로 신조함을 구매해달라고 현지 정부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캐나다 군 관계자들은 경남 거제시 아주동 소재 한화오션 조선소에 방문해 건조 역량을 둘러봤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밥콕(babcock) 캐나다와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CPSP는 캐나다 국방부가 차세대 잠수함 조달 옵션을 연구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사업을 추진하고자 절충 교역 차원에서 현지 조선소에 투자해 생산 거점을 조성하는 등 다각도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함정 전투 체계 개발 능력은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 계약 성사 시 거래 금액은 449억달러(한화 약 58조6933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7년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향 1400톤급 3대 등 총 6척을 인도한 실적으로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잠수함 수출 신화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우리 해군 운용분까지 총 21척을 건조했다. 경쟁사인 HD현대의 조선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도 캐나다 잠수함 발주 사업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곳 역시 214급 6척, 3000톤급 1척을 포함해 잠수함 9척을 건조한 경험이 있지만 수출 실적이 없다. 이를 타개하고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밥콕 캐나다와 '캐나다 수출용 잠수함 사업을 위한 기술 협력 합의서(TCA, Technology Cooperation Agreement)'를 체결했다. 12대에 이르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있어 열위에 놓인 형국인 만큼 HD현대는 한화오션과 협력해야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캐나다 잠수함 입찰은 국가 대항전인 만큼 '팀 코리아'의 형태로 국가 간 경쟁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생산 능력 등을 고려해 정부 당국이 당사와 한화오션 간 연합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당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한화오션 측과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회사가 독점 수주하기에는 프로젝트 규모가 거대해 공동 참여 형태가 좋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협력에 대해 부정적이다. 수주 가능성이 높은 조선사가 주도하는 편이 오히려 국익 차원에서 이득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선주가 될 캐나다 해군 입장에서는 건조와 운용 기간 중 관리 및 협조 포인트를 단일화 해 획득 비용·교육·훈련·기술 이전 등에 대한 요구와 책임이 명확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복수의 업체가 공동 수주에 나서면 유지와 보수, 운영 등의 측면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적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국제 경쟁에서의 적절한 조치가 제한돼 결국 수주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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