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창립 20주년 맞아…구자은 회장 리더십 주목
기존사업-신사업 간 균형감…“양손잡이 경영 호평”
‘CFE’가 비전 핵심…이차전지소재 생태계 구축 활발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창립 20주년을 맞은 LS그룹이 '2030 비전' 현실화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올해 구자은 회장 주도의 '배터리·전기차·반도체(배전반)' 사업 구체화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오는 11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구자은 회장은 이를 기념해 임직원들에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한 바 있다. '비전 2030'의 핵심으로 '탄소배출 없는 전력(CFE)'을 꼽고, 그 중에서도 배전반 관련 산업에 과감히 뛰어들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30년 그룹 자산을 2배로 키운다는 목표다.
구 회장은 "현재 25조원 자산 규모에서 2030년에는 자산 50조원의 글로벌 시장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자"며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8년간 20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의 미래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 참석한 구 회장의 발언으로 유추 가능하다. 그는 전시를 둘러본 후 "LS는 전기차 분야 소재에서부터 부품, 충전 솔루션까지 그룹 내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에 최적의 답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구 회장은 미래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기존 사업과의 균형을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구자은 회장은 이른바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 손에는 배전반 등 신사업을 균형있게 추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해 왔다"며 "최근 이 양손잡이 경영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어 긍정적 평가에 무게중심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LS그룹은 구 회장의 '큰 그림'이 올 들어 하나둘씩 속도감 있게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이 최근 국내외 정부 당국으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고 LS 자회사가 된 게 대표적이다. LLBS는 LS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분야 진출을 위한 신규 법인이다. 이로써 LS는 새만금 산단 5공구(33만8000㎡)에 전구체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설비 설계, 전문 인력 채용 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구체는 이차전지 양극소재다. LS 측은 "당초 수립했던 2026년 초에 초도 양산을 한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계열사별 중장기 성장 플랜의 윤곽도 또렷해지는 양상이다.
LS전선은 구본규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자회사들을 적극 육성, 성장 엔진을 달구고 있다. 우선 LS전선은 최근 인수한 LS마린솔루션과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LS EV는 전기차 전환 패러다임을 타고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차세대 전지 자회사 LS머트리얼즈의 기업공개(IPO) 추진도 화두다. 대형 울트라커패시터(UC) 부분 세계 1위인 LS머트리얼즈는 지난 8일 일본 무인운반로봇(AGV) 제조업체에 UC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UC는 '차세대 2차전지'로 불리며, 고속 충·방전과 긴 수명이 장점인 산업용 특수 배터리다.
LS일렉트릭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두 번째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LS이모빌티솔루션은 올해까지 두랑고에 연면적 3만5000제곱미터(㎡)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2024년부터 EV릴레이, BDU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양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비철금속소재기업 LS MnM의 경우 지난 3월 출자사인 토리컴에 황산니켈공장을 준공하며 EV배터리 소재 사업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황산니켈은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올 10월에는 울산시 온산제련소 인접 9만5000㎡ 부지를 활용해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에 6700억원 투자 안건을 승인했다.
LS MnM은 이번 투자 승인을 통해 황산니켈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LLBS과 함께 LS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생태계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E1은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라 수소,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E1은 지난해부터 경기도 과천, 고양 및 서울 강서에 위치한 LPG 충전소 3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한편 20년간 지켜온 LS그룹의 '사촌경영'도 재계 이목을 끄는 요소다. 오일선 소장은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LS그룹은 2세 경영 시대가 마무리되고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드는데 사촌경영으로 그룹을 이어가는 전통이 3세에도 순조롭게 이어질지가 관심사 중 하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