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오는 2024년 부동산 시장 풍향계인 연말 아파트 시장이 혼란한 양상이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으나, 매수심리 위축으로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고금리 지속으로 강남 같은 부촌에서도 지갑을 닫으면서 거래가 실종, 분석 가능한 부동산 통계지표도 사라진 것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 발표를 앞두고 다수의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경기가 매우 불확실하고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대부분의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만 해도 올해는 전반적인 침체가 지속될 가운데 '상저하고' 흐름을 전망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규제완화 등으로 예상보다 빠른 반등이 이뤄졌다. 오히려 하반기 들어 집값과 주택 거래량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값 상승폭은 3주 연속 둔화됐다. 전주 0.07%보다 상승폭이 줄어든 것. 특히 상승세를 달리던 서울 강남구가 29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했다. 강북구와 노원구도 각각 0.01% 하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경우 지난해 고점 수준을 하회하되, 올해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봤다. 양 기관 모두 내년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은 향후 수년 내 신축아파트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 공사비 인상 등 요인으로 분양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주택매물은 늘었음에도, 매수를 위한 관망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멈췄지만, 여전히 초저금리 시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수요자들이 민감해 하는 시중금리도 여전히 상승세다. 여기에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의 정책 모기지론을 폐지했다.
이에 고금리는 어쩔 수 없더라도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쟁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도 시장이 굉장히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였고, 내년에도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기조와 정책 모기지론 축소 등 시장 거래 위축 요인 등을 감안해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공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인 만큼 내년 '버티기'를 하는 매도자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국 사람들은 집값의 40%를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기자본이 부족하고 금리는 높은데도 올해 상반기 매수가 잇따르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라며 "고금리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되고 공급물량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면서 작은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매도자와 매수자들간 눈치전이 치열한 가운데, 내년부터 저금리와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저가 아파트 지역 거래부터 위축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거래절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부족 불안심리에 2008년~2012년처럼 강한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이 국지화되고 있어 타이밍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