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려잡은 KDI 전망, 성장동력 재점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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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려잡은 KDI 전망, 성장동력 재점화 필요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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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와 내년 모두 하향 조정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상향 조정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지난 11월 9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4%, 내년 2.2%로 지난 8월 발표치(올해 1.5% 전망, 내년 2.3%)보다 3개월 만에 각각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6%, 내년 2.6%로 지난 8월 발표치(올해 3.5%, 내년 2.5%)보다 3개월 만에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내수 증가세 둔화에 따라 내년 취업자 수도 올해 32만 명보다 증가 폭이 11만 명이나 축소된 21만 명 증가에 그칠 것이고, 실업률은 2.7%에서 3.0%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확대되면서 내년에도 취업자 수의 증가세는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2.3%로 낙관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9%포인트나 크게 깎였다. 내년 전망치도 정부 7월 전망치인 2.4%보다 0.2%포인트나 낮은 2.2%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던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결국 부질없는 헛일이 됐고,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2.2%), 아시아개발은행(ADB·2.2%) 등과 같은 수준이다. 올해 낮은 성장률 1.4%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머무를 거라는 관측이다.  수출 악화와 고금리라는 직격탄에 올해 경기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내년 경제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평균 전망치는 올 2월 기준 2.1%에서 현재 1.9%까지 낮아진 상태다. 그야말로 모든 경제지표가 서민 살림에 더 짙은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어 더 암울해진 현실이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우리나라 지난달 수출액이 550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해 작년 9월 이후 13개월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반도체 천수답’만 바라보기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너무도 크다.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현상 장기화가 고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안하고 그로 인해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이 플러스로 성장한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단기 수출 지원 대책으로 연말까지 무역금융 78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보험 및 보증료를 내년 상반기까지 50% 일괄 인하하며,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소비 성수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보험한도도 30% 확대한다. 또한 엔저, 강달러 등 환율변동 리스크 경감을 위해 내년 6월까지 환변동보험 한도를 50% 상향한다. 마케팅 지원을 위해서는 내년도 수출바우처를 약 2배로 확대하고 10대 수출 유망국을 선정해 무역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수출·내수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국내외 경제 상황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여파로 총체적·복합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런데도 긴축 기조를 일관하고 내수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적극재정에 난색인 데다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건전성이 또다시 나빠지는 악순환만 반복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경제 뇌관이라는 경고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부동산 부실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진 데도 오히려 부동산 규제를 풀어 집값을 띄워 위기를 키워왔고,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는 등 대출 규제를 확 풀었다.  ‘상저하고(上缺乏高 │ 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의 낙관론에 빠져 세수 추계는 물론 물가 전망마저 빗맞히고 있다. 재정지출을 하면서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정책조합이 가능한데도 서민 살림 어려워진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국가채무는 올해 본예산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잘못된 정책 처방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반추해봐야 한다.
우리 경제가 드리운 암운이 더 짙어져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저성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자국 우선주의, 기술패권 경쟁, 전쟁 발발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어 우리를 둘러싼 환경들이 결단코 녹록지만은 않다.  내연기관차, 기계 등 전통적 제조업에 집중하다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에너지 공급과 높은 중국 의존도에 따른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유럽의 병자(Sickman of Europe)’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독일의 상황과 바이오부터 AI, 로보틱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천 개의 창업기업이 기술 혁신을 견인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이 혁신생태계의 성공사례를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어 유연성과 탄력성을 잃고 노쇠(老衰)해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화로 그 흐름이 경화(通户)하고 있다. 중국의 ‘피크차이나(Peak China │ 성장의 정점에 도달한 중국)’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남의 일이 아닌 듯 하다. 이제 우리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들어섰다는‘피크코리아(Peak Korea)’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이 1.7%로 떨어져 미국 1.9%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8일(현지 시각)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인도네시아·이집트·나이지리아에도 밀리면서 15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기업들의 수출 진흥을 위해 세제·금융 등의 전방위적 지원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성장동력을 재점화해야 한다. 이제라도‘경제의 정치화’에서 벗어나, 국익 관점에서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중장기적·거시적 안목과 혜안을 갖고, 경제·산업 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혁신으로 중화학, 첨단 ICT에 이은 제3의 성장동력원을 확보해 나가되, 수출시장 다변화 등 경제 체질을 과감히 개선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주(集注)해야 한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히 미래를 준비해 온 공공 연구개발(R&D) 부문의 원천기술 향상은 물론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교육시장 구조 개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다지며, 전략산업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만 한다. 

불확실성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수출 경쟁력 제고와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책이 될 수 있다. 재정건전성만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감이 떨어질 때까지의 막연한 기다림으로부터 벗어나 경제 발목을 잡는 민간부채를 축소하고, 취약계층을 우선 보호하며, 추락한 성장동력을 살릴 비상한 특단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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