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LG 총수 일가의 야구 사랑도 결실을 맺었다. 특히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준비했던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도 약 3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LG트윈스는 1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제압하고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LG트윈스의 3대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유광 점퍼를 입고 잠실구장을 찾아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뤄내는 순간을 함께 했다.
2회 말까지 양 팀모두 득점 없이 팽팽했던 5차전은 3회 말 LG트윈스가 3점을 득점하며 균형이 깨졌다. 5회 초 KT 위즈가 1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LG트윈스는 5회 말 2점, 6회 말 1점을 추가하며 달아났다. KT 위즈는 7회 초 1점을 따라붙기는 했으나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LG트윈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특히 7전 4선 승제의 시리즈에서 LG트윈스는 4승 1패라는 비교적 여유로운 스코어로 우승을 달성했다. 다만 LG트윈스의 우승은 1994년이 마지막이었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만큼 LG트윈스 선수들과 팬들의 감격은 누구보다 컸다.
또 한국시리즈 진출부터 주목받아온 LG총수 일가의 야구 사랑도 이번 우승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경남중학교 시절 외야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각별하다. 그는 지난 2017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야구 발전에도 기여했다. 또 평생 소장한 야구 사진을 모아 2005년에 '사진으로 본 한국 야구 100년' 사진집을 발간한 바 있다.
또 다른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경남중학교 투수 출신이다. LG트윈스 구단주 시절에는 직접 해외 훈련지를 방문해 선수 격려에 나서기도 했다. 구 선대회장 역시 야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인물이었다. 그가 매 시즌 전 선수단과 구단 프론트를 자신의 외가인 경남 진주 단목리에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는 이른바 '단목행사' 등은 야구계에선 유명한 일화다.
특히 그는 LG트윈스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LG트윈스에서 투수로 활동했던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은 구 선대회장에 대해 “1군은 물론 2군까지 약 70명에 이르는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들을 전부 다 외웠으며, 선수들의 회식 자리에 자주 함께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 또한 '야구광'으로 알려졌다. 그는 LG전자와 지주사 등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직원들과 종종 구장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구단 관계자를 격려하고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KS 1차전을 관람하기도 했다. 그가 야구장을 직접 찾은 모습이 공개된 것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특히 구 회장에게 있어 이번 우승은 더욱 값진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친인 구 선대회장이 이루지 못한 롤렉스 주인을 찾아주고, 아와모리 소주로 축배를 드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 선대회장은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또 우승하면 축배를 들자'며 아와모리 소주를 구매했다. 다시 한번 우승의 영광과 기쁨을 재현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1998년 해외 출장에서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최우수선수에게 주겠다며 당시 기준 8000만원 가량이었던 롤렉스 시계를 사 오기도 했다. 다만 이후 수십 년 동안 LG트윈스가 우승하지 못하며 시계와 함께 구단 사무실에 잠들어 있었다.
아와모리 소주는 증류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 증발된다. 구 선대회장이 남겨둔 아와모리 소주 역시 상당량 증발했다. 이에 최근 구단측은 세 통에 있던 소주를 한통으로 모았고, 양이 부족할 것 같아 몇 통을 더 구매했다. 올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LG그룹은 이번 우승을 기념, B2C사업을 하는 LG전자·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