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정부, 불법 눈 감아 주고 연구비 수억 지원” 333억 지원 160여개 연구 중 윤리규정 준수 18.5% 불과
일부 나라들과 민간 NGO 등이 황우석 교수 연구에서 사용된 난자나 배아를 생명체로 보고, 황우석 교수팀을 인간복제에 관한 유엔선언문(지난 3월 5일 인간생명 보호와 인간복제의 금지 규정)위반으로 제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국제적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치료복제연구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와 함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해온 과학자들이 불법으로 인간배아 연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 당국은 알면서도 불법을 묵인하고, 연구비 지원까지 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9월 28일 '줄기세포연구 법률 위반행위, 보건복지부는 모른 척'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황우석 사단의 일원인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에서 올해 3억5천만 원을 지원받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 없이 배아연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판정이 ‘불갗 가 아닌 ‘보류’상태여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불법을 눈감아 줬다는 민노당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민노당에 따르면 세포응용사업단은 복지부가 지난 7월29일 노 이사장의 배아연구에 대해 '검토보류' 판정을 내려 승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복지부 심의결과가 나오기 전인 4월22일과 7월18일에 각각 1억7천500만원씩 총 3억5천만 원을 노 이사장에게 집행했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상황이 이런데도 생명윤리법 주관부서인 복지부는 연구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 제19조와 53조에 따르면 배아연구는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민노당의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미즈메디 병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비 지원은 과학기술부에 의해 2005년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계속사업으로서, 금년 1월 1일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시행에 따라, 동 연구 중 배아연구계획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기 위하여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였다” 고 밝혔다. 또 미즈메디 병원의 배아연구계획에 대하여 자체 배아연구계획심의자문위원단의 심의를 거쳐 심의 보류 결정을 내리고, 지난 7월28일 과학기술부 및 해당 기관 등에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 황우석 교수
보류 사유는 동 연구의 일부 내용이 난자를 이용한 단위생식을 수반하는 것으로, 현행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상 적합성 여부의 검토가 어렵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 판정이 '승인 불가'가 아닌 '심의 보류'인만큼, 과학기술부에서는 최종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연구비 환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불법 연구 사실을 묵인하였다는 민노당의 주장은 이러한 배아연구 승인 절차를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민노당은 29일 즉각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통해 “복지부 승인 없이 연구비를 집행한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사업단과 그 연구비를 사용한 노 이사장의 행위는 명백히 불법” 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 이사장의 연구과제는 ‘계속사업’이 아니다” 며 “노 이사장이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에서 2002년부터 3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번에 복지부에 승인 신청하여 ‘검토보류’ 받은 것과는 다른 것이다” 고 설명했다. 또한 ‘검토 보류'는 '승인불가'가 아니므로 연구비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복지부 해명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은 지난 2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이번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승인이 나지 않은 연구 주제로 탄 연구비를 이미 25% 정도인 8700만원을 썼다는 민주노동당의 지적에 대해 노 이사장은 "지금 연구에는 개인 돈을 더 쓰는 형편이고 매출 400억이 되는 상황에서 1억 정도를 다 기억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 계획을 입안한 건 맞고 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한 것도 맞지만, 문제가 되는 연구에 돈을 집행한 적은 없다"며 "생명윤리법 발효 후 난자 기증자도 없어 연구를 진행할 여건도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란 게 하다보면 파생 주제가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현재 여러 개의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연구원의 봉급이나 기자재 비용’에 연구비가 사용될 수 있음은 언급했다.이에 대해 민노당 한재각 연구원은 "생명윤리와 관련한 윤리적 논란이 뜨거운 만큼 신중하게 연구비가 집행되어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그렇지 않았다” 며 “아직 승인 받지 않은 연구비를 쓴다는 건 연구자들의 윤리의식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또한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과기부 등 정부가 연구비 위반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집행한 것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지금 승인 보류된 연구인 단성생식과 관련한 연구는 이미 얼마 전에 영국에서 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곧 성공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국제경쟁 중인 분야"라며 이 사안은 생명윤리기준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노당은 과기부로부터 4년간 333억원을 지원받고 있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연구과제들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가 지난 4년간 232개 가제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1차 심사에서 승인을 받은 연구과제는 전체의 18.5%인 43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체 연구비 중 17.6%인 59억 원 정도다. 특히 꼭 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완 후 승인'으로 분류된 연구도 35개, 46억 원에 달했다. 생명윤리법이 시행되며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올해에도 윤리위원회 심사 결과 '조건부 승인'과 '보완 후 승인'을 받은 연구는 각각 22개, 32개로 총 54개였고, 9월 말 현재 보완을 한 연구는 23개로 전체의 42.6%에 정도에 불과했다.더구나 민노당에 따르면 황우석 사단의 일원이자 사업단 단장인 문신용 교수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와 관련 현재까지 총 3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2002~2004년까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 판정을 3차례나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연구비를 집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들이 윤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독할 책임자가 윤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한편 지난 2002~2004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으로부터 총 3억5천만 원을 지원받은 한 바이오벤처 회사에서 동물실험 없이 환자에게 직접 불법 임상실험을 하기도 했다.이에 윤리위원회는 연구비 절반을 삭감하고 해당기업 대표로부터 규정 준수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이 연구에 대해 연구비를 계속 지원했으며 이 기업은 2003년 말~ 2004년 초 간경화 환자에게 또 다시 불법 임상실험을 벌여 결국 2명이 숨졌다. 2004년 4월 이 기업에 대해 참여연대와 피해자들이 형사 고발과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