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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이준석 신당'이다. 2021년 당시 30대의 젊은 거대 야당의 대표가 돼 정권 교체를 만들어냈지만, 권력의 주류로부터 모욕을 받으며 축출된 전임 당 대표가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고 하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재밌는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싶다. 언론은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지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쪽에 더 위협적인지를 전망하고 분석하느라 바쁘다. 그만큼 내년 총선에 미칠 파급력 하나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 전 대표도 하루에 조금씩 자신의 신당에 대한 힌트를 흘리며 국민 관심을 붙들어 놓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정치적 계산 없이 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치권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한 발언을 여기로 붙이고 저기로 붙이며 해석하면 다시 또 다른 발언을 흘리며 조금씩 신당 창당이라는 구체적 계획을 완성해가는 모양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은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2주 정도 지나자 '12월 결심설', '100일 마지노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신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구체화하더니, 그 다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며 '중대한 행동'을 언급했고,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급기야 지난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신뢰가 없는 장본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사실상 돌아갈 다리를 불살라 버렸다.
모두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는 데 의심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인 이 전 대표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살라미 전술'로 신당 창당을 향해 나아갔다. 12일에는 신당 창당 가능성이 59%라더니 사흘이 지난 15일에는 60%가 됐다고 밝혔다.
창당의 충전 게이지는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이준석 신당'이 국민에게 보여줄 비전에 대해선 들어본 적은 없다. 아직 창당 전이고 중도, 보수, 개혁의 막연한 이념적인 구분만 가능할 뿐이지만 매일 이 전 대표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 속에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거 이 전 대표가 보여줬던 정치적 가치와 비전은 무엇인가.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세 분석에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신과 날을 세운 정치 세력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비판과 조롱, 장애인과 남녀 문제에 대한 '갈라치기식' 비난 정도가 떠오른다. 최근 사이가 좋지 않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시끄럽다"는 이유로 벽을 두고 고성을 주고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은 어떤 정치,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2월 27일 전후로 '이준석 신당'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그가 '국민의힘에 남겠다'며 지금까지 한 발언들을 모두 주워 담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신당을 선택할 수 있는 가치와 비전을 조금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이준석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만큼 많은 국민도 이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힘과 다른 보수 가치,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 비전이 확실하지 않다면 지금까지도 한국 정치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안철수의 '새정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