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전국 시험장에서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가운데 전년 대비 주요과목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객관식이 까다롭게 출제된 탓에 수험생 체감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16일 전국 1200여개 시험장에서는 오전 8시40분부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됐다. 수험생들은 1교시 국어 영역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 영역, 3교시 영어 영역, 4교시 한국사‧탐구 영역,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 순으로 시험을 치렀다.
지난 6월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 비판에 이어 킬러문항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올해 수능은 학교 수업과 EBS 등 공교육 과정 내에서 문제가 출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9월 모의평가에서는 킬러문제 없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객관식을 까다롭게 출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 수능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문제가 출제됐다.
1교시인 국어의 경우 EBS 국어 강사인 윤혜정 서울 덕수고 교사는 “작년 수능이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수험생들이 다소 어렵게 체감했을 것”이라며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소위 ‘킬러문항’은 확실히 배제되고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과 선지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문이나 선지의 길이도 특별히 길지 않지만 선지의 정교함과 세심함으로 실질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입시업계 역시 국어 영역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반응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유평가연구소장은 “난이도가 어렵다기 보다는 변별력이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어려운 문제는 없었는데 전반적으로 일일이 대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수험생들에게도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은 대체적으로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 수준이었다. 지난 9월 모평에서 수학 영역은 2520명의 수험생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으며 지난해 수능보다 약 2.7배, 올해 모의평가보다 4배가량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변별력이 강화돼 9월 모평보다는 살짝 어려운 수준으로 여겨진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구성면에서 매우 흡사하게 출제했고 최상위권부터 중하위권 학생들까치 충분히 변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이 골고루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작년 수능보다는 살짝 쉬운 것 같지만 수험생이 느꼈을 난이도는 올해 6월과 9월 사이의 수준일 것”이라면서 “최상위권을 변별할 22번과 30번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만점자가 지난 9월 모평의 3분의 1 수준인 700명 이하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영어 영역은 변별력을 갖춰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 한 입시학원 강사는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는 아마 지난해 수능보다는 비슷하거나 어렵고, 올해 9월 모평보다는 쉬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서 9월 모평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평가원이 이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교시 탐구영역은 과목이 세분화돼 있고, 각 대학마다 변환점수를 쓰고 있어 예상이 어렵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어 수능 이후 고3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통해 수시 최저학력 기준 등을 확인하고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소장은 “올해 킬러문항이 빠지면서 수능이 쉬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N수생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 중 대학 재학생이 반수를 많이 치룬 것으로 보인다”며 “반수생이 소속 대학보다 성적이 덜 나올 경우엔 공격적으로 상향 지원을 하면서 정시에서 실질 경쟁률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기 때문에 고3 학생들은 너무 낙담하지 말고 정시를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올해 수능이 예상보다 변별력이 있게 출제됐기 때문에 고3 학생들은 우선 면접과 논술 등 남은 수시일정에 집중해야 한다"며 "수능을 잘 봤을 경우엔 수시 면접이나 논술 등 시험장에 가지 않고 정시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그런 상황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