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중진·윤핵관 험지 출마 및 불출마 권고'로 마찰을 빚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지역구인 울산에서 의정 보고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구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을 갖고, 오는 30일에는 혁신위 회의에서 불출마 권고안을 정식 의결하는 등 지도부를 계속해 압박해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30일 회의가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지역구인 울산 남구의 달동과 선암동 등지에서 세 차례의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최근 장제원 의원이 지역구에서 4000여 명의 지지자와 함께 지역 행사를 연 것을 놓고 '험지 출마 요구 일축', '세 과시' 등의 비판이 나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김 대표의 지역구 행사 진행 역시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지역구 국회의원은 구민들에게 (활동을) 보고해야 하는 것"이라며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고 의정보고회 개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큰 체육관에 초청해서 할 때도 많았는데, (이번에) 그렇게 모아서 하면 세 과시했다 할까 봐 그러지 않았다"면서 "의정보고회를 한다고 하니까 '왜 하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하다"고 자신을 향한 비판들을 반박했다.
김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며 "어떤 때는 하루에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 밤늦은 9시, 10시라도 만나서 이야기 나눈다"고 이른바 '윤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의 울산 의정보고회 개최 여부를 사전 연락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식적으로 연락받거나 들은 적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저는 신문과 방송을 잘 안 본다. 보면 속상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김 대표가 울산 의정보고회를 진행하는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검토하는 등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장관과 오찬 회동에 나서며 지도부를 간접 압박하는 행보에 나섰다.
인 위원장은 이날 원 장관과의 회동에서 "(험지 출마 자원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일이 이뤄지고 당과 국가를 위해서 애국자가 나오고 희생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희생을) 결정하면 거기에 응당한 표로 지지가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 많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오는 30일 혁신위 회의에서 불출마 권고안을 정식 의결하고 최고위원회로 송부할 예정이다. 지도부의 혁신안 권고에 대한 '무반응'에 일부 혁신위원들이 사의를 표하기도 했던 만큼, 해당 권고가 불수용되면 혁신위가 '조기 해체' 등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