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고점"...내년 세 차례 인하 시사
긴축 사실상 종료...한은도 정책 변화 불가피
가계부채 고려...韓 내년 초 인하론 급부상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금리 인하를 시사해 시장은 연준의 긴축정책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재의 5.00~5.25%로 동결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한 이후 9월과 11월에 이어 12월까지 3회 연속 동결한 것이다.
연준은 “최근 지표는 경제활동 성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 속도에서 둔화했음을 시사한다”며 “고용 증가세는 올해 초반에 비해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강세이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긴축 국면에서 (현재 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근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게 됐다. 연준이 '금리가 정점'이라고 언급하고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시장은 사실상 긴축이 끝났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은으로서는 일단 양국 금리 격차가 현재 2.00%포인트(p)보다 더 벌어져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압박이 커지는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계속돼왔다. 일각에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 요소가 여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렵지만,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물가 불확실성, 미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하면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연준이 내년에 사실상 3차례의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표가 공개된 뒤 내년 초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까지 커지면서 한은도 미국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뒤, 곧바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소비지출 여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5∼6월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뒤인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은은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지난 FOMC 이후 미국 물가 지표 둔화,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 등으로 미 국채 금리가 상당 폭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정책 기조 전환 기대가 형성됐는데, 이번 FOMC 결과로 이러한 시장 기대가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