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당하게 노력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동참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 하다." 국어사전에선 이를 두고 "숟가락을 얹다"라고 표현한다.
윤석열 정부가 여러 장면에서 보여주는 행보가 딱 그러하다. 위태로운 지지율과 등 돌린 민심. 네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을 의식해서 일까.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찝찝하다. 기업과 시장의 공(功)을 정부가 끼어들어 생색을 내는 모습이라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순방 기간 ‘반도체 동맹’을 성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하고 있는 기업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동맹’을 언급한 것도 중국을 자극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 내에선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과 삼성·하이닉스의 협력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전문가는 "협력이 없던 기업 간 업무협약이라면 정부 역할이 크다고 봐야 하지만, 삼성·하이닉스는 에이에스엠엘에 투자하거나 장비를 많이 구입한 협력사다. 대통령 순방 결과물로 포장하는 건 알아서 잘하고 있는 기업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기업들의 열매는 가로채고, 금융사에게 폭탄은 떠넘기는 장면 좀 그만 봤으면 한다. 민폐지 않은가. 그 숟가락 이제 좀 내려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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