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석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2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3년 11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69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 7,000명(1.0%)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3.1%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하였지만, 증가 폭에 있어선 둔화하고 있다.
지난 7월 21만 1,000명으로 바닥을 찍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0월 34만 6,000명까지 확대됐지만 지난달 다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8월 26만 8,000명 이후 3개월 만이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은 지난 7월 33만 3,000명에서 21만 1,000명 이후 넉 달 만에 축소됐다. 20만 명대 증가 폭이 연간 단위로 볼 때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 취업자와 제조업 취업자는 각각 13개월, 11개월째 줄었다. 성장동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낙관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각심을 갖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문제는 60세 이상을 빼면 취업자가 증가한 게 아니라 도리어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인 20대는 4만 명 넘게 감소했다. 학업을 마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서글픈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전체 청년층 취업자는 6만 7,000명 줄어들었다. 청년층 인구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있겠지만 전부는 아니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가 줄고 채용 문이 계속 닫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열악한 취업환경에서 청년들은 무기력이 더욱 심각해 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3,2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23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를 지난 11월 22일 밝혔는데, 올해도 대졸 채용시장 어려움 지속되는 가운데 전년보다 나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비 올해 대졸 신규 채용 환경에 대한 대학생의 응답을 살펴보면, ▷지난해보다 어렵다(30.3%) ▷지난해와 비슷하다(25.9%) ▷지난해보다 좋다(3.6%) 순으로 나타나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 부족과 취업 기회 감소 때문에 청년들의 구직 기대가 크게 꺾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 10명 중 6명이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의례적으로 구직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거의 안함’이나 ‘쉬고 있음’에 해당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이는 20%에 불과했다. 산업 현장에 청년들 진입이 그 정도로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 이대로 손 놓고 방치해선 안 된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7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15~29살 청년층 고용률은 같은 기간 46.4%에서 제자리걸음 중인데다 일자리를 찾지 않고 그냥 ‘쉬었음’ 청년층이 41만 명에 달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전체 청년 인구의 5% 수준으로 청년 20명 중 1명꼴이다. 2년 넘게 쉬었다는 청년만 10만 명에 육박했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 청년을 장기간 방치(摆放在)하는 경우 이들의 고용가능성은 점점 작아지면서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냥 ‘쉬었음’ 기간이 늘어나면 고용가능성이 줄고 일자리의 질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고립·은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회생활을 포기한 젊은이가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취업난과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의 심리적 부적응 등이 원인이다. 전산화·자동화 등으로 기술과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졌다.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게 되면 이로 인한 임금 손실과 경력 상실의 피해를 보게 되고, 이후에도 임금과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른바 ‘이력효과’에 빠지게 된다. ‘이력효과’는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태가 지속하게 되면 실제 경제성장률마저 하락해 잠재성장률도 더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향후 10년간 임금은 4~8%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엇박자(Mismatch)’, 극심한 입시 경쟁,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포함한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체계도 세심하게 운용해 청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해 실패라는 벼랑과 나락에서 스스로 회복은 요원하다며 아예 불가능하다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과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으로 체념하고 좌절하는 청년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뒤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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