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네옴시티’ 한-사우디 MOU 후속조치…사우디 광물장관 방한
HD현대·LS·두산·KG모빌리티, 조선·에너지·車 분야 구체적 협력 논의
현대차, UAE 국부펀드와 MOU 체결…수소·친환경 모빌리티·AAM 협력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제2의 중동봄’ 실현에 한 발 다가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HD현대, LS, 두산, KG모빌리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우디, UAE와 만나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에서는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들과 회동을 가졌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산유국이다. 특히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의 맹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탈(脫)석유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초대형 미래 도시 ‘네옴시티’ 건설이다. 네옴시티는 서울시 크기의 44배 면적에 5000억달러(약 664조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사우디 기업 및 정부 간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된 바 있다. 최근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의 방한도 양국 MOU의 후속조치다.
HD현대에서는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울산 본사에서 사우디 산업광물부 장관과 사우디 산업개발기금(SIDF) 최고경영자(CEO) 술탄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를 만났다. 이번 방문은 지난 10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사우디에 방문한 정 부회장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방한을 요청해 성사됐다.
정 부회장과 사우디 일행은 합작조선소, 엔진합작사를 비롯해 수소 및 암모니아 프로젝트 등 HD현대가 사우디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반의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또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사우디 비전 2030’ 관련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와 사우디는 오랜 기간 다져온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사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동시에 향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에서도 구자은 회장이 직접 사우디 일행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S그룹은 사우디 산업광물부 산하 국가산업개발센터와 MOU를 맺고 그룹의 사우디 내 신규 사업 기회 발굴에 공동 협업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LS그룹은 1986년도 132킬로볼트(㎸)급 초고압케이블 수주를 시작으로 사우디에 진출해 지속적으로 사업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이번 MOU를 통해 기계·설비 분야 협업 기회를 포착하고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에서는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이 경남 창원 본사에서 사우디 일행을 만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사우디에서 1조원 규모의 주조·단조 공장 설계·조달·시공(EPC)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정 부회장은 “사우디 투와이크 주조·단조 공장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 지속 협력하고 앞으로도 발전소와 해수담수화 플랜트 등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일행은 KG모빌리티 평택공장도 찾았다. KG모빌리티는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사와 부품 수출 및 조립 판매(KD)사업협력을 추진해 왔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SNAM사 회장 등 사우디 일행을 만나 “SNAM사 공장은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공장으로, 양국 간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데 이정표로 큰 의미가 있다”며 “KG모빌리티는 앞으로도 공급망 구축 및 확대 지원은 물론, SNAM사에 대한 기술지원과 기술인력에 대한 교육, 사우디 현지 시장에서 연구·개발과 관련한 긴밀한 협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UAE 3대 국부펀트 무바달라와 ‘친환경 전환 및 미래 신사업 가속화를 위한 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수소와 그린 알루미늄, 친환경 모빌리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부문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무바달라와의 협력을 통해 현대차의 수소, 그린 스틸, 그린 알루미늄 등 친환경 및 미래 신사업 전략과 무바달라의 폭넓은 투자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를 위해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연 5만대 규모의 CKD(반제품조립) 공장 설립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PIF는 합작공장 건설에 5억달러(6522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