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패션기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통한 악재 극복 나서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실적 부진 늪에 빠진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행진에 소비 양극화 현상이 가중된 가운데, 동종업계 경쟁자인 가성비로 무장한 SPA 브랜드와 해외 명품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이에 가격이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기존 토종 브랜드를 일찌감치 정리하거나 트렌드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로 실적 선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사그라들지 않자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23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7% 줄어든 11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하향세를 기록했다. 근로소득(-9.2%)과 사업소득(-12.7%)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5분위 가구(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1% 상승한 1084만3000원으로 파악됐다. 소비지출도 6.5% 오른 492만2000원을 나타냈다.
내년에도 지출 격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내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2.3%)이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비지출을 확대할 거라는 답은 47.7%로 확인됐다. 내년도 소비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을 소득분위별로 따져보면, 1분위(35.5%), 2분위 (42.6%), 소득 3분위 (52.1%), 소득 4분위(47.9%), 5분(60.9%)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양극화 흐름에 국내 패션 시장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SPA 브랜드를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동시에 명품 대중화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했고, 올해 매출도 역대 최대치인 9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계 패션 SPA 브랜드 ‘유니클로’도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 변수를 극복했다. 2022년 회계연도(지난해 9월~올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한 9219억원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68억달러(2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랏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품 소비 인식을 조사한 결과, 명품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 사회 초년생(45.6%), 대학생(35.8%), 고등학생(26%) 등 젊은 세대 사이 관심도가 크다.
주요 국내 패션 기업들은 기존 키웠던 토종 브랜드 사업을 중단 또는 재편하고, 신규 브랜드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포트폴리오를 가다듬는 모양새다. 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의 파고를 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우선, LF는 재작년부터 자사의 남성복 브랜드 TNGT의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한 뒤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현재 헤지스, 닥스, 리복 등 ‘메가 브랜드 육성’과 ‘수입 브랜드 발굴’이라는 큰축을 토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는 지난해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의 오프라인 사업을 접는 대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해 선보이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바꿨다. 신세계 인터는 올해 꾸레쥬, 리포메이션, 뷰오리, 판가이아 브랜드 등 4개 패션브랜드 론칭을 알렸다.
코오롱fnc도 지난해 첫 아동복 브랜드인 리틀클로젯 사업을 종료했다. 올해 지속가능한 캐시미어 브랜드 ‘르캐시미어’와 토종 여성 핸드백 브랜드 ‘쿠론’에 대한 리뉴얼을 매듭짓는가 하면, 헤드, 리멘터리, 케이트, 프리커 등 신규 브랜드를 내걸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산업도 마찬가지로 고물가 장기화로 극단적인 소비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애매한 중간대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떨어지는 반면, 가성비의 SPA 브랜드나 초고가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런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찾는 데 골몰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