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비중 낮추는 판매기업, 생산기지 등 사업 강화하는 제조기업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뷰티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각화를 통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국내 뷰티업체간 온도차가 극명하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제상황이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아 현지 뷰티 소비량이 감소한 데다, 애국 소비 성향인 궈차오 열풍에 따른 고객 이탈로 여느 때보다 K뷰티 영향력이 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냉랭한 한중 관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떨어졌다. 중국 현지 연내 최대 행사인 광군제에서 2년 연속으로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한국 기업은 종적을 감췄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빈자리를 속속 채웠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뷰티 판매사 투톱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미국과 일본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LG생활건강은 글린트, 오휘, 프레시안 등 화장품 브랜드 9종과 홈케어·데일리뷰티 브랜드 9종을 앞세우고 있다. 자사 메이크컵 전문 브랜드 브이디엘은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2% 뛰어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 라네즈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턴 에스트라, 헤라를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에스트라는 현지 멀티 브랜드숍 ‘아토코스메’ 매장 12곳에서 대표 제품 에이시카365 라인 4종을 내놓고 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 한국 화장품(향수와 샴푸 포함) 수입액은 775억엔(7110억)을 달성했다. 프랑스산 화장품(764억엔, 6911억원)을 추월하고 1위에 올랐다.
북미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스타벅스 출신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기용했다. 지난 2019년 8월 인수한 더 에이본 컴퍼니의 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설화수 등을 아마존에 공식 입점시키고, 현지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코스알엑스의 잔여 지분을 7551억원에 사들이며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의 ‘국내 화장품 수출액 추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4% 치솟은 1329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 한국 화장품(향수와 샴푸 포함) 수입액은 775억엔(한화 약 7110억)을 달성했다. 프랑스산 화장품(764억엔, 6911억원)을 추월하고 1위에 올랐다.
반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은 꾸준히 중국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판매사와 달리 이같은 제조사들은 글로벌 브랜드, 중저가 인디 브랜드 등을 파트너사로 두고 제품을 찍어내는 사업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한 인디브랜드들이 해외에서 성장곡선을 그려가는 덕분에 ODM·OEM 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코스맥스는 지난해 8월 ‘이센생물과학유한공사’ 공장 준공식을 거행했다. 이번 공장은 광저우시 내 6만593㎡(약 1만8320평) 규모로 마련됐으며, 2017년 설치한 상하이 2공장 이후 6년 만에 가동하는 최신 공장이다. 연간 4억여개 화장품을 생산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인사에서 발탁된 박명삼 코스맥스차이나 R&I센터 원장은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한 전략 신제품들을 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콜마는 중국에 북경콜마, 무석콜마 등 2개 법인을 가지고 있다. 중국법인은 기존 선크림 위주에서 쿠션, 파운데이션, 에센스 등까지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한 402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 준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AI(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생산기지 신설을 추진 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공장은 축구장 8개 크기에 맞먹는 약 5만8895㎡(1만 7816평) 규모로 연간 2억 2000만개 화장품 생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온 K-뷰티에게 매력적인 시장인 중국 시장이 예전과 달리 변수들로 가득해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만큼, 기회가 있다는 판단 하에 점유율을 지속 키우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중국 사업을 완전 철수하기 보다는 비중을 줄여 효율성을 올리려는 쪽으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나오는 등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업체들간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