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LG家 세모녀 VS 구광모...상속 분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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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LG家 세모녀 VS 구광모...상속 분쟁 향방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12.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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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녀, 상속회복 청구소송에 이어 외신 인터뷰까지 '파문'
세모녀 "경영권 관심없다" 했지만 이를 뒤집는 녹취록 공개돼
일각선 세모녀 일부 계열사 요구 가능성 제기…계열분리 선례
2012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미수연에 모인 LG家. 사진=연합뉴스
2012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미수연에 모인 LG家.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LG가(家)의 상속 소송전이 '글로벌 기업' LG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해당 소송은 단순한 상속회복 청구가 아닌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조짐을 보여 분쟁의 향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이하 세 모녀)가 올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은 경영권 자체를 흔드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세 모녀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권에는 관심 없다"라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상속회복청구소송을 낸 세 모녀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세 모녀의 합산 지분율(14.1%)은 구 회장 9.70%를 뛰어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LG가의 전통이 아닌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나누자는 요구 자체가 사실상 경영권에 대한 도전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상속 분할은 이미 4년 전에 마무리됐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구 선대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다. 세 모녀는 이 중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했다. 세 모녀 측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도 경영권에 관심 없다는 발언과 배치된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담회에 낄 수 없다. 연경이가 아빠(구본무 선대회장) 닮아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연경이나 내가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 다시 지분을 좀 받고 싶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LG그룹의 이미지 타격도 우려를 더하는 지점이다. 이미 LG그룹의 가족 간 소송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법정 공방 중에는 LG가와 고인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얘기까지 오고가며 세간에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 모녀의 NYT 인터뷰에는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함께 LG의 가부장적 전통에 대한 개인 심경도 담겨있다. 구 회장을 양자로 들여 상속한 LG의 장자 상속 문화에 대한 비판이 기사의 맥으로 읽힌다. 또 세 모녀는 구 회장이 LG 지분 8.76%를 포함해 더 많은 유산을 상속하는 대신 상속세를 홀로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지난 1월 상속세 문제에 대해 모친 김 여사에 편지를 보내 “상속세 낼 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이 세 모녀 계좌에서 자금을 융통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LG 측은 세 모녀의 인터뷰가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NYT는 "이 소송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어머니와 딸들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 중 한 명인 입양된 남성 후계자와 맞붙는 소송"이라면서 "맏형인 남성 후계자가 권력과 부를 장악하고 여성 가족 구성원은 회사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LG의 가부장적 전통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세 모녀 상속 분쟁의 향방이 일부 계열사 요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 모녀의 LG 경영권 차지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하에 타협안으로 거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LG는 GS, LS 등 계열 분리를 한 선례들이 있다. LG그룹은 장자가 그룹을 물려받으면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로 독립하는 전통이 75년간 유지돼왔다. 구 회장 취임 시에도 ㈜LG의 2대 주주였던 구본준 당시 LG그룹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상사와 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세웠다. 한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지난 20일 한경협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및 상속 분쟁에 대한 의견을 냈다. 그는 “형제끼리, 집안끼리 싸우는 곳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 또한 경쟁력”이라며 “이기는 쪽이 계속 이끌어 갈 것이고, 그걸 경험 삼아 해외에서도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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