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산업계 脫러시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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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산업계 脫러시아 가속화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12.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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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러 계약 ‘LNG선 10척 블록’ 제작 중단
현대차, 러 현지공장 두 곳 14만원 ‘헐값’ 매각
재진입 비용 우려…삼성·LG 현지법인 버티기도
러시아 현지기업에 매각된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러시아 현지기업에 매각된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탈(脫)러시아를 가속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지공장 매각부터 일시 사업 중단까지 다양한 러시아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에 대한 선박 블록과 장비 제작을 일시 중단했다. 선박 5척 건조를 위한 블록·장비 제작은 막바지 단계에서 나머지 10척 선박에 대해서는 블록과 장비 제작을 중단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중단한 이 사업은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 프로젝트 ‘ARCTIC(아틱·북극) LNG-2’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건조계약이 아닌 즈베즈다 조선소의 기술 파트너로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총 15척에 대한 계약 금액은 4조원이 넘어 당시 조선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또 다른 국내 조선사인 한화오션은 일찌감치 러시아와 맺은 계약을 철회했다. 한화오션은 과거 러시아와 맺은 3척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러-우크라 전쟁 이후 순차적으로 해지했다. 한화오션은 이 LNG 운반선 3척 매각을 다른 선주자와 논의 중이다. 러시아 측은 한화오션 상대로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반환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19일 러시아 현지 공장들 매각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과 지난 2020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모두 매각 결정했다. 매각 대상은 러시아 현지업체인 아트파이낸스로, 매각금액은 1만루블(14만원)이다. HMMR의 장부상 가치는 약 4100억원이다. 현대차는 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탈러시아 행보는 러-우크라 전쟁의 장기화 전망이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의 군대 구조조정과 확장이 2026년까지의 장기전 계획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병력 17만명을 늘리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시장의 재진입 비용을 우려해 국내 기업들은 완전한 탈(脫)러시아에는 신중하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공장을 매각하면서도 ‘바이백’ 조건을 달아 2년 안에 다시 사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삼성중공업도 선박선 설계 계약 자체는 취소하지 않아 유효한 상태로 놔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도 러시아 생산현지 법인을 1년간 가동 중단 상태로 버티는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지분 49%를 확보해 만든 2017년 ‘즈베즈다-현대 LLC’ 합작사를 그대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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