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 공화국’ 잇단 화재 발생, 노후 아파트 안전설비 보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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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파트 공화국’ 잇단 화재 발생, 노후 아파트 안전설비 보강 서둘러야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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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2일 아침 7시 20분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15층 아파트 9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50대 남성이 숨졌다. 함께 있던 부인과 손녀는 대피했지만 숨진 남성은 거동이 불편해 미처 피하지 못했던 걸로 조사됐다. 성탄절인 지난 12월 25일 새벽 4시 57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23층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 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친 것을 비롯해 12월 27일 오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3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12월 29일 오후 12시 54분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한 15층짜리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며 부상하고 3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였고, 12월 31일 새벽 1시 35분쯤 강원 춘천시 후평동 소재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피해가 신년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공동주택 화재와 사상자 발생은 개인이나 특정 아파트 일로 치부하고 간과하기는 어렵다. 스프릴클러 등 자동화재 진압 설비를 갖추지 못한 구조적 문제일 뿐 아니라 평상시 닫혀 있어야 방화문이 열려 있었고 화재 시 대피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불이 난 산본 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건물로 초기에 불을 끄기 위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불이 난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역시 2001년 완공된 노후 건물로 저층인 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화재 시 줄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비상용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준공 당시 소방법은 16층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16층 이상부터만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방화문 설치 규정도 없었다. 2004년 5월 30일에서야 11층 이상 공동주택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와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2005년 이전에 완공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점검 시 확인하는 설비인 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가스누설 경보기·완강기·내림식 사다리·경량칸막이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 소방청은 지난해 11월 10일 “아파트 화재 시 인명피해는 대피 중 또는 화재진압 중에 많이 일어난다”라고 보고 “아파트 화재 시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화재 상황 등을 판단하여 대피하라”라는 ‘아파트에서 불나면? 이렇게 대피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또한 소방청은 지난 12월 28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지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상이나 옥상 등으로 우선 대피할 것을 강조했지만, 아파트의 경우 대피 과정에서 계단 및 통로에 의한 굴뚝효과로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연기흡입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일로 전 국민이 이를 숙지하도록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 부착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재난방송인 KBS1 등에서 공익광고로 적극적인 홍보를 할 필요성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9%로 2명 중 1명은 아파트에 산다.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일컫지만 화재 시 안전 장치는 많이 부족하다. 직방 빅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1962년부터 2004년까지 준공된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593만 가구로 집계됐다. 개정전 소방법을 적용받는 593만 가구 중 15층 이하 가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에만 아파트에 사는 약 200만 가구가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소방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9. 1. 1.〜2023. 12. 31.)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국에서 14,112건이 발생하여 174명이 사망하고 1,607명이 부상해 연평균 2,822.4건의 아파트 화재로 34.8명이 사망하고 312.4명이 부상한다. 지난해에도 2,993건의 아파트 화재로 35명이 사망하고 370명이 부상했다. 우리의 일상의 안식처인 아파트가 죽음의 장인 사지(死地)가 되지 않도록 화기 안전 취급 등 불조심을 생활화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라도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소방·방화설비 등 안전설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아파트는 다른 층으로 연소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피하는 도중에 연기 질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잦아, 실내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면서 창문 등 연기 유입통로를 막고,안내방송에따라행동하는편이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2021년(3개년) 발생한 아파트 화재 13,955건 중에서 연소확대 범위별 현황(소방청 통계)을 보면 화재 범위가 발화 세대에 국한된 화재가 12,493건(89.5%), 발화층에 국한된 화재가 1,210건(8.7%), 다수 층으로 확대된 화재가 195건(1.4%), 건물 전체로 확대된 화재가 23건(0.2%), 인근 건물까지 확대된 화재는 34건(0.2%)이었다. 우선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과 연기의 영향없이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가장 가까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현관 입구의 불길과 연기 등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피 공간이나 경량칸막이, 하향식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하여 대피하거나 또는 욕실로 이동하여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욕실의 수도꼭지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다른 세대, 복도, 계단실, E/V홀, 주차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자기 집으로 불길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내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만약 자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새어 들어오는 경우라면, 대피가 가능한 상황에선 지상과 옥상 등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피하고, 화염으로 대피가 어려운 상황에선 문을 닫은 뒤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소방청은 홍보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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