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규모 미달 단지 대부분 중소건설사 시공 단지
최근 광주 북구, 충남 아산‧보령 등에서 수백가구 미달되기도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태영건설발 리스크가 건설업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그렇지 않아도 시황 침체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는 중소건설사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청약에 나서 무더기 미달사태를 기록한 단지 대다수는 중소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중소건설사들이 분양한 단지에선 수백가구가 미달되는 단지가 속속 발견되는 등 이미 중소건설사에는 경고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신종합건설이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분양에 나선 한 단지는 367가구 모집에서 55건 접수에 그치며 312가구가 미달됐다. 이 건설사는 같은달 충남 아산에서 448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9명만 청약을 접수해 439가구 미달을 기록했다.
서진건설도 같은 달 충남 보령에서 971가구의 대단지 청약을 진행했지만 66건만 접수되면서 900가구 넘게 미달로 청약을 마쳤다.
그나마 서울이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입지, 충북 청주 등 수요가 있는 시장에 공급된 일부 단지는 모집을 채웠지만 이외에는 모집을 채운 지방 중소건설사 단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해부터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 건설사 폐업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 건수는 3568건으로 종합건설업이 581곳, 전문건설업이 2987곳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4일까지 종합건설업 2곳, 전문건설업 43곳 총 45곳이 폐업신고를 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경남 지역 시공능력평가 8위 업체인 남명건설과, 광주 소재 해광건설이 부도처리됐고, 울산에 본사를 둔 세경토건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해 부산회생법원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8월(9392가구)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10월(1만224가구) 1만가구를 넘어선 이후 11월에는 1만465가구로 늘어났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 가구를 넘긴 건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지난해 10월 32개월만이다.
중소건설사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영난을 겪고 심할 경우 문을 닫게 되는 만큼 중소건설사 줄도산 우려까지 커지게 되는 이유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 자금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태영건설 사태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단기사채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