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법의 '2년 추가 유예'를 놓고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협상 테이블이었던 여야 '2+2 협의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정국과 맞물려 '올스톱' 상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7일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끝나고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여야는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법의 '2년 추가 유예'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견이 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못하면서 9일 본회의 처리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제사법위는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법안의 본회의 상정 전 법안 체계 및 자구 심사를 위한 관문이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 2년 동안 시행을 유예했다. 정부‧여당은 영세사업장의 준비 부족,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2년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법 시행일을 규정한 부칙 제1조 제1항의 '공포 후 3년'을 '공포 후 5년'으로 바꾼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정도 지난달 고위당정협의회와 당정협의회를 잇따라 열어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중대재해 취약 분야 기업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중소기업은 대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구속되면 사실상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2년 추가 유예와 함께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법 개정의 '열쇠'를 쥔 민주당은 세 가지 전제 조건의 선결과 실효적인 보완책 없이 협상은 불가하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지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일 처리를 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앞으로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을 내걸었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당정회의 전날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감축에 관한 정부 대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세 가지 조건에 충족되지 않았다며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당정 발표는 우리 당의 세 가지 요구 자체를 묵살하고, 중대재해법의 시행을 3년 동안 간절히 바라온 노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 1조5000억원 지원책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홍 원내대표는 "제가 당 정책위의장 시절 제안한 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라며 "이러한 방안을 포함한 계획을 가지고 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정책위의장도 "개별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공동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공동교섭권을 보장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는 그간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상임위 심사와는 별도로 여야 원내 지도부가 본회의 안건을 직접 협상하는 창구인 '2+2 협의체'도 열리지 않고 있다. '데드라인'인 27일 전까지 '2년 추가 유예' 여부 합의가 난망한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래도 끝까지 한번 협상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양당 간사가 지금 정부의 노동 환경 운영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결국에는 정책이 똑바로 운영되려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