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외교관 출신 적극 기용…사장급 격상도
한화그룹, 정파 아우른 용인술 전개…정책 변화 대비 차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올해 폴리코노미가 산업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협력 조직을 강화하며 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실장직은 외교통상부 과장 출신 김원경 사장이 수행하고 있다. 해당 조직은 글로벌 대외 협력을 담당하는 곳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사를 발표하며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며 다극화 시대의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풍부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2년 3월 삼성전자 입사 후 글로벌마케팅실 마케팅전략팀장·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을 거쳐 현직에 있다. 삼성전자는 김 사장으로 하여금 더욱 공고한 글로벌 협력 관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마크 리퍼트 부사장을 영입해 대외협력팀장직을 맡겼다. 구체적으로 리퍼트 부사장은 유튜브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외 협력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리퍼트 부사장은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인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2022년 2월, 삼성전자가 리퍼트 부사장을 기용한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 관련 업계 등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리퍼트 부사장을 입법과 규제 등의 동향과 정책을 파악하고, 경영 전략에 결합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정통 외교관 출신 성김 전 주 인도네시아 미 대사를 현대차 자문역으로 위촉했다. 글로벌 전문성과 대외 네트워크 역량 강화 차원이라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전기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현대차는 신 시장 진출·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전 대사의 합류로 현대차는 해외 시장 전략과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 제반 분야에서의 역량 강화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공장 양산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 준공 △태국 법인 설립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김 전 대사가 필리핀·인도네시아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 진출에 성공적인 자문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2022년 2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워싱턴 공동 사무소장으로 모셔왔다. 15년 간 백악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등 미국 정계 내 폭넓은 인맥으로 영향력이 상당함을 감안해서다.
포스코그룹은 포드에서 14년 간 재직한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2021년 미국 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미국 내 태양광 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그룹은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한화솔루션 북미 법인 대관 담당 총괄직에 앉혔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당시 비서실장이었고, 제너럴 일렉트릭(GE) 임원직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40년 지기이자 친 트럼프 계열로 분류되는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 센터 회장도 영입했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질서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정책 변화에 대비하고자 글로벌 기업들은 외교관 등 전문가 영입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