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지난해 이어 올해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서 이커머스 기업 내 재무 임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커머스 산업의 피크아웃(고점 후 둔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만큼, 주요 업체는 막대한 투자를 통한 고무적인 외형 성장을 꾀하기 보다는 재무통들을 적재적소로 배치해 기업이 마주한 구조적 시스템을 분석·개선해 내실을 더욱 튼튼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전망치가 79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망치가 1분기(64), 2분기(73), 3분기(77), 4분기(83)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다시 소폭 하락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쇼핑(86→78)은 출혈 경쟁 심화로 부정적 예측이 늘었다.
경기전망지수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토대로 수치화한 지표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준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과 함께 중국 플랫폼까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재무통 임원들을 앞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박익진 롯데온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박 대표는 맥킨지 프로젝트 매니저·부파트너, 한국씨티은행 카드사업본부 CFO·CSO,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담당 전무, ING생명 마케팅본부장 부사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디지털 부사장,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등을 거치며 전문성을 다졌다. 흑자 전환이라는 최대 과제를 안고 경영능력 검증대 위에 선다는 점에서 부임 초기부터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여진다.
신세계그룹도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인영 공동대표를 단일대표로 임명했다. 이인영 대표는 회계사 출신 재무통으로 숫자에 밝으면서 플랫폼 시장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06년 지마켓에 입사한 뒤 재무부문장, 지원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지마켓이 신세계그룹에 흡수되자 SSG닷컴 운영부문총괄과 지마켓 지원본부장을 거쳤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적자를 개선하고 상장 재추진 기대감을 지속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야놀자는 알렉산더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기용했다. 신임 이브라힘 CFO는 20년 이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몸담아온 국제 자본시장 리더다. 아시아, 북·남미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IPO(기업공개), 자본조달 등을 담당해왔다. 야놀자 측은 이브라힘 CFO가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관리 역량 강화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상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지만, 공식적인 상장 계획은 없는 상태다.
무신사도 지난달 6월 최영준 전 SSG닷컴 재무관리담당(상무)을 CFO(경영지원부문장)로 기용했다. 최영준 CFO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지낸 이후 티몬, SSG닷컴 등을 거쳐 이커머스 전문 재무통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SSG닷컴 재직 당시 IPO 추진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최 CFO는 무신사에서 에스에스여주PFV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다. 에스에스여주는 무신사의 부동산 개발 법인이다.
한편, 수치적 지표에 입각한 경영은 보수적인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상쇄하는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산업은 특성상 어느 업종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효율화, 현실적인 재무 상황에 기초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이 재무 전문가 출신 임원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재무통이 요직에 있다고 해서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 MD 등 관련 임원과 실무진의 역할이 함께 중요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