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거부권 남용, 헌법 위배" 지적…尹 정치적 부담 가중
민주,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시사…개헌 추진 가능성도
민주,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시사…개헌 추진 가능성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야당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반복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헌법 위배'라는 의견을 내놔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박영아 변호사 등 공익인권변호사 49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며 신속한 법안 공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회복과 추모를 보장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따른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이자 국가의 법적 의무"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법률의 폐기를 의미하는 거부권을 특별법에 행사한다면 이는 헌법과 자유권 규약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위반하는 부당한 권한 행사"라고 말했다. 야당 및 유가족 단체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된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윤 대통령과 정부가 결자해지 하는 자세로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야 한다"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한민국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스스로 무시하는 반민주적인 폭거"라며 "이태원 특별법을 이송 즉시 공포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국민적 심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도 지난 16일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사용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준 권한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에게 한계 없는 거부권이 있는 것이라면 의회의 권한은 대통령 단 한 사람에 의해 무력화되고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도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구체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해석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권한을 규정한 헌법 제53조 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법률안이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며 별도의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이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권한을 크게 제약하는 만큼 타당한 명분 하에 부득이한 경우에만 행사할 것을 전제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부권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민주당은 이미 '쌍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가 거부권 행사의 내재적 요건을 검토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소급 취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민주당은 지난 5월 김용민 의원의 대표 발의로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돼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법률이다. 그러나 헌법상 권한인 대통령 거부권을 하위 법인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민주당이 '거부권 제한' 내용을 담은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