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주재···"명분·실익 없이 행정력 소모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별법은 국회로 돌아가며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특별법이 통과된 지 21일 만이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 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검찰에서도 보완 수사를 실시했다"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특별법 내용에 대해서는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따라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특별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에 부쳐지는데,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대통령 의지와 관계없이 공포된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폐기가 유력한 이유다.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유족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자체 지원 대책을 만들어 유가족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