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급 위해 해외로 눈 돌려…첨단 기술 활용한 대안 마련도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저출생·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급감을 넘어 미래인재 절벽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산업계는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의 인력난이 극심한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 인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인력을 수급해 오거나 생산량의 일부를 해외 업체로 위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국에서 상선용 블록을 들여와 선박을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상선용 블록은 국내 협력사들이 제작해 HD현대중공업에 납품해 왔는데, 업계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국내에서 블록을 제때 조달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기업들은 국내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할 경우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선박 인도 지연, 수주 제한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필리핀 등지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업계 역시 디지털 전환(DX)을 이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부족해 미래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IT 기업들은 인도·베트남 등지에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학 및 대학원과 협업을 통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인력 공급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출산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또한 향후 10년 안에는 한계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의과대학으로 진출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업계 인력난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적잖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인력 유치를 확대해 생산 인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통적으로 고급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2대 주력 산업은 물론 5대 유망 신산업에서도 산업기술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원 무협 연구원은 “초저출산 시대 속 생산가능인구의 가파른 감소로 인력난은 향후 가중될 수밖에 없어 해외 인력 유치는 우리나라의 글로벌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라면서 “무엇보다 국내 유입 이후 정주 단계에서도 실효성 있는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주무 부처 및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력난을 타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30년 생산공정 100% 자동화를 목표로 최근 충남 천안과 온양에 반도체 무인공장 TFT를 가동했다. 국내 인구는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 투입도 어렵기에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인력 기반 공정에서 무인화 공정으로 전환한 결과, 제조 인력은 85% 줄이고 설비 고장 발생률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설비 효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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