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통과 재의요구안 재가···특별법 통과 21일만
취임 이후 1년 8개월간 9개 법안 거부···최다 기록
취임 이후 1년 8개월간 9개 법안 거부···최다 기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특별법이 통과된 지 21일 만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1년 8개월의 임기 동안 다섯 번째 거부권을 사용하게 됐다. 거부권 대상 법안 기준으로는 9건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태원 특별법 수용 불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부는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 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검찰에서도 보완 수사를 실시했다"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법안에 따라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은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사실상 '여4 야7' 구도라며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해 왔다. 이날 거부권 행사로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다섯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바 있다. 법안으로 따지면 9개다. 노태우 대통령(7회), 노무현 대통령(6회), 이명박 대통령(2회), 박근혜 대통령(1회),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0회)을 이미 추월했다. 정부는 특별법 수용 대신 자체 지원책을 마련해 유가족들에게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이태원 특별법은 간호법이나 노란봉투법처럼 직역 또는 노사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이 아닌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을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이번 거부권 행사에 큰 후폭풍이 뒤따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